헌법재판소는 지금 ‘세계화 행진’

입력 2010-05-21 18:36


헌법재판소가 최근 외국 헌법기관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등 부쩍 해외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몽골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 한국의 헌법재판 제도를 수출한 데 이어 아시아 헌법재판소연합 창설을 주도하고 헌법연구관들을 해외에 파견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이강국 헌재 소장은 현재 유럽을 순방 중이다. 지난 10일 출국한 이 소장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체코 헌법재판소, 프랑스 헌법평의회,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 등의 방문일정을 소화하고 25일 귀국한다.

이 소장은 최근 안드레아스 포스쿨레 독일 연방헌재 소장을 만나 한국 헌법연구관을 독일로 보내 연수시키는 방안을 제안해 지원 약속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미국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연구관 파견 연수에 협조하겠다는 공문도 받았다. 헌재는 경력 10년차 이상의 중견 헌법연구관 가운데 1명을 선발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미 연방대법원에서 실무교육을 시킬 계획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와 미 연방대법원은 세계 헌법재판기관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헌재는 두 기관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해 우리나라 헌법재판 제도를 크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미국계와 독일계로 양분돼 있는 세계의 헌법재판 구도를 종합해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를 찾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시아 각국들이 한국의 헌법재판 제도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를 발판으로 헌재가 아시아 헌법재판소연합의 창설을 주도하고 있는 점도 이목을 끈다. 아시아 헌법재판소연합은 아시아 각국의 헌법재판소 또는 최고재판소가 회원으로 참여하는 아시아 최초의 헌법재판 관련 국제협의체다. 한국 몽골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러시아 타지키스탄 등 11개국이 참여해 내년 3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중국 인도 등은 추후 가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장은 서울에서 창립총회가 열리는 헌재연합의 초대회장으로 내정된 상태다. 헌재는 아시아 각국에 우리나라 헌법재판 제도를 수출해 향후 한국 기업의 해외 활동에 밑거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헌재 관계자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아시아지역의 헌법재판소연합을 만든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며 “앞으로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우리 사법제도를 수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