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조사 발표이후-전문가 진단] 단호한 南·뻗대는 北…‘强대强’ 불가피

입력 2010-05-22 01:27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21일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 따라 당분간 남북간 긴장관계가 고조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단호한 조치와 북한의 반발이 충돌할 경우 남북관계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봲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이 20일 발표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이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보면 매우 다급하고 당황스러운 것 같다. 반전을 꾀해야 하는데 상황 조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에 고통을 주겠다는 생각보다는 무모한 도발을 하면 스스로 잃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들도록 북한 지도부가 대남 전략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국가를 납득시킬 수 있을 때까지 한 템포 더 기다리더라도 제재에 관한 최대공약수를 찾아야 한다.

정부의 대북 조치도 개성공단만 열어놓고 다른 교역은 막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개성공단의 입주기업도 일부는 조업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다.

6월에는 긴장이 고조될 것이고 7~8월부터 긴장이 다소 낮아져 9월부터는 다시 한반도 정세가 정상화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9월까지는 남북간 대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놔야 11월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

봲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정부로서는 북한이 잘못된 행동을 했고 이러한 행동이 스스로에게 손해임을 인식시키지 않으면 이 같은 도발이 재발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우리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때까지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물론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까지 나서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천안함) 도발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기 때문에 시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갖고 있는 중국도 김정일 살리기를 하고 있지만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명확한 만큼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때까지는 흐름을 바꿀 수 없다. 북한이 얼마나 압박을 견뎌낼지 모르겠다.

6자회담 재개는 별개의 문제지만 북한이 권력이양기이고 핵무기를 계속 개발 중이기 때문에 일정한 냉각기를 거친 뒤에는 재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봲김용현 동국대 교수=당분간 남북관계는 강(强) 대 강(强) 대결 구도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샅바싸움이 계속되면서 단계적으로 긴장이 높아질 것이다.

20일 보수단체들이 삐라를 뿌렸기 때문에 북한이 당장이라도 육로통행의 제한·차단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조평통 대변인 성명에서도 개성공단을 닫을 수 있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북한은 사태를 악화시키면서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를 긴장상태로 몰아가고 있고, 이번 사태의 주범이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할 것이다. 이번 사태의 분위기가 천안함 쪽에서 한반도 평화 문제로 옮아가길 기대하는 것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이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고 북한은 6자회담 재개를 돌파구로 삼으려고 할 것이다.

정부가 대북 경협 조치에 대한 제재를 취하겠지만 2억 달러 정도밖에 안돼 제재 효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상징적 의미에 그칠 것이다. 제재를 하더라도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자충수를 둬선 안 된다.

봲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한국전쟁 후 최악의 긴장 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지 않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이 공조해 북한을 압박하고 한국과 미국, 중국과 북한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현 상태에서는 남과 북이 (긴장을 높이는 조치 외에) 다른 조치를 취할 여지가 없다. 중국과 미국도 마찬가지다. 긴장이 계속 높아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금강산관광 재개는커녕 개성공단도 최악의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변곡점은 8~9월쯤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과 북한은 직접 움직이지 못하고, 중국과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놓고 물밑 대화를 할 것이다. 한국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G20 정상회의를 11월에 치러야 한다. 중국도 11월에 아시안게임을 치른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최악의 긴장상황이 조성된 가운데 이런 행사를 치르기 싫어할 것이다. 미국은 6자회담 재개와 핵문제 해결을 원하기 때문에 중국과 만나는 것을 꺼리지 않을 것이다.

안의근 이도경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