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명화, 누가 사갈까?… 피카소·마티스 등 걸작들 파리현대미술관서 털려

입력 2010-05-21 18:05

사상 최대의 미술품 도난 사건이 발생한 프랑스 파리 현대미술관이 고장 난 보안시스템을 2개월 가까이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경찰은 20일(현지시간) 파리 현대미술관의 보안시스템이 지난 3월 30일부터 고장 나 있었다고 밝혔다. 부품 교체를 요청해 놓긴 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

현재로선 유일한 방지책은 전시를 중단하고 그림을 금고에 집어넣는 것. 현대미술관은 이날 ‘기술적인 이유로 휴관’이라는 푯말을 내걸고 문을 닫았다.

19일 밤 파리 도심의 미술관에 침입한 도둑은 단 1명에 불과했고, 그는 순식간에 피카소, 마티스, 조루즈 브라크, 모딜리아니, 페르낭 레제 등 최고 유명 화가의 걸작 5개 작품을 훔쳐 달아났다.

온라인 예술매체 라트리뷴의 디디에르 라이크너 편집자는 “프랑스 미술관 역사상 최대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도난당한 작품의 가치는 최대 5억 유로(약 7389억원)로 추산된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1월에도 개인이 소장한 피카소 그림을 도난당하는 등 예술품 도난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유명한 ‘장물’은 어찌 될까. 인터폴 예술품 담당 스테판 테포 경관은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도난 작품은 즉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인터넷에 공개된다”며 “전 세계 어디서든 정상적인 매매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범인이 사전에 구매자를 확보했을 가능성도 낮다. 라이크너는 “백만장자들은 피카소와 브라크를 정상적인 미술품 시장에서 얼마든지 사들일 수 있다”며 “훔친 예술품은 혼자 감상할 뿐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술 인질(Art Hostage)’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한 미술품 전문가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와의 인터뷰에서 “범죄조직이 그림을 사들이면서 마약으로 대가를 지불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범죄조직은 헐값으로 그림을 사들여 다시 장물시장에 되판다. 거래 가격은 정상가에 훨씬 못 미치지만 범죄조직으로선 손쉽게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는 “은행 강도는 성공하기 힘들고 처벌도 강하지만, 예술품을 훔치는 것은 훨씬 쉽고 처벌도 약하다”고 말했다. 타임은 무기 밀매에도 그림이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