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한나라 “北風 기대하지 말자”

입력 2010-05-21 18:05

‘북풍(北風)도, 노풍(盧風)도 없다. 오버하면 진다.’



한나라당이 6·2 지방선거 D-11을 맞아 수립한 전략이다. 지도부는 천안함 사태로 안보희구층인 전통적 지지기반이 충분히 집결됐다고 보고, 남은 선거전에서는 노풍 확산 차단에 주력하기로 했다. 또 선거 판세를 뒤흔들 사소한 실수를 줄이는 데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2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실무대책회의에서 “북풍을 운운해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더 이상의 북풍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안보 위기를 맞아 초당적인 협력을 보인 미국의 사례를 들며 “민주당은 9·11 테러의 지혜를 배우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기획통인 정두언 스마트전략위원장은 “천안함 사태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든 이것을 선거에 이용하려고 오버하는 측이 손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측 소행이란 결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암시된 것인 만큼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줄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 한국에서는 망자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데 대한 전통적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 1주기도 차분하게 지나게 될 것이라고 정 위원장은 내다봤다.

정 위원장은 오히려 정부발(發) 선거 악재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정부는 선거를 제발 도와주지 않아도 좋으니 방해만 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5·18 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정식 추모곡으로 지정되지 않아 유족의 반발을 샀던 일이나 정몽준 대표의 화환배달 소동, 당 자체 동영상의 여성비하 논란, 정운찬 국무총리의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한 “잘못된 약속조차 지키려는 여자” 발언 등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남은 선거기간 각 현장에서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질 것이므로 정부나 중앙당에선 실수를 하거나 과잉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이날 오후 광역단체장 판세가 요동치고 있는 경남 지역을 찾아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경남지사는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몫이었지만, 현재 이달곤 후보가 무소속 김두관 후보와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법정 스님이 생전에 머물던 길상사를 찾아 불심 잡기에 주력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