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장애아, 셋째·넷째로 품다… 김기철·김정생 부부

입력 2010-05-21 16:07


2006년 5월 5일 과천 서울대공원.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자그마한 여자아이가 아빠 엄마 손을 잡고 행복해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울고 있었다. 모든 어린이들이 1년 중 가장 행복해야 할 날에 이 아이는 부모를 잃어버렸다.

아이는 보호시설로 보내졌다. 시설에 있는 3개월 내내 울며 부모를 찾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와 같은 다운증후군 오빠들을 만났다. 그들이 손을 내밀었다. 아이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이다. 오갈 데 없는 이 아이를 가슴으로 품은 ‘천사’들은 김기철(53·안산동산교회 안수집사)씨 가족. 김씨에게는 자녀가 넷 있다. 아내 김정생(53·〃권사)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동조(26)·한빛(25·여)씨, 가슴으로 낳은 은조(11)와 금조(7·여). 이들 중 동조씨와 은조, 금조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금조는 지금 행복한 유아기를 보내고 있다.

김 집사는 결혼 후 중소여성의류 제조회사를 경영할 당시 첫 아기를 가졌다. 15개월이 지나서야 동조가 다운증후군임을 알았다.

“당시에는 의사도 대부분 몰랐어요. 검사를 해야 알 수 있었지요. 남 일과 같은 장애의 문제가 내 자녀 문제로 다가왔을 때 견딜 수 없었습니다.”

첫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형식적으로 교회에 출석하던 부부는 수없이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동조가 여섯 살 됐을 때 운명처럼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하나님을 만난 뒤 모든 것이 변했다.

김 권사는 “장애자녀를 계속 멍에라고 생각했다면 평생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동조가 하나님이 우리 가정에 주신 특별한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놀라운 평안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자신들에게 평화를 주신 하나님을 위해 뭔가 할 일이 없을까 생각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동조를 키운 노하우로 동조 같은 장애아이를 돌보는 일밖에 없는 듯했다. 왠지 그런 일을 하면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 같았다. 부부는 거창한 생각 없이, 장애아 입양의 사회적 의미도 제대로 모른 채 1999년 다운증후군인 은조를 입양했다. 김씨 부부는 장애자녀를 둔 슬픔을 딛고 장애아를 입양까지 하게 된 그 마음은 분명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입양에는 딸 한빛씨의 승낙이 필요했다. 한빛씨는 어린 마음에 장애인 오빠를 둔 것도 힘든데 동생까지 장애가 있다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주저했다. 그래서 입양까지 2년을 망설였다. 그러던 중 성령의 역사가 일어났다. 장애인 동생을 맞을 준비가 된 것이다. 그녀는 고백한다. “처음 은조를 봤을 때 낯설지 않고 바로 내 동생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도 꺼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역사하신 것이지요.”

시설에서 만난 은조는 언제 태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배꼽이 떨어진 날로부터 추정해 5월 7일을 은조의 생일로 결정했다. 이후 10년 후 금조를 얻었다. 부부는 ‘밑으로 갈수록 더 빛난다’는 생각으로 금·은·동조란 이름을 지었다.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한 다른 다운증후군 아이들과 달리 튼튼하고 밝게 잘 자라주었다. 동조씨는 그동안 꾸준히 해온 사회적응훈련 덕분에 현재 김 집사가 운영하는 여행사 사무실 청소, 손님 접대, 티켓 전달 등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교회에서 장애인 사역부를 섬기고 있는 김씨 부부에게서 장애인 문제의 해법을 들어봤다.

“가정뿐 아니라 사회가 장애우들을 품어야 합니다. 원가족으로부터 상처입은 장애인들을 위한 ‘새로운 가정’이 꾸려질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새 가정에서 상처를 치유받고 새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정부와 사회는 입양부모들이 추가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직 그리스도의 사랑에 힘입어 장애우들을 품고 사는 김씨 부부야말로 이 시대의 ‘작은 예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산=글·사진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