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태형] 정당한 전쟁

입력 2010-05-21 17:40

‘전쟁’이란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단호한 대응, 응징, 보복, 전쟁이라는 단어들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전쟁, 정말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철저한 응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비록 북한과 전쟁까지 치닫더라도 그 전쟁은 ‘정당한 전쟁(Just War)’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

‘저스트 워 이론(Just War Theory)’은 지난 시절 동안 종교계에서도 수없이 제기됐었다. 1095년 교황 우르바노스 2세는 성지를 되찾자며 ‘정당한 전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당시 서구인에게 십자군 원정은 정당한 전쟁이었다. 물론 이슬람 세계의 평가는 정반대다. 가장 최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식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저스트 워’라고 불러 논란을 일으켰다.

정당한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제가 요구된다. 먼저 그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모든 비폭력적 방법이 소진된 뒤에 취할 수단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비폭력적으로 해결할 여지가 있는데도 전쟁을 한다면 그것은 ‘저스트 워’가 될 수 없다. 정당한 전쟁은 올바른 목적을 갖고 수행되어야 한다. 오직 더 많은 희생을 막기 위한, 평화를 항구히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치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합당한 이유 때문에 정당한 전쟁을 치르더라도 쌍방 간의 희생자는 최소화해야 한다.

정당한 전쟁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위한 성경 구절도 적지 않다. “주님은 용사”라는 출애굽기 15장 3절로부터 누가복음 14장 31절과 같이 예수께서 합법적인 전쟁을 옹호하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말씀이 있다.

‘저스트 워’에 대항해서 ‘저스트 피스메이킹(Just Peacemaking)’을 주창하는 사람들도 많다. ‘저스트 피스메이킹’이란 책을 쓴 미국 풀러신학교의 글렌 스타센 교수는 “모든 고려를 떠나, 어떤 이유에서도 전쟁은 불가하며 오직 평화를 심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는 산상수훈의 말씀과 같이 성경의 주 메시지는 평화요 사랑이다.

“이 세상에는 좋은 전쟁이란, 나쁜 평화란 없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응징과 보복이란 단어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신자들이 언제나 염두에 둬야 할 경구가 아닐까 싶다.

이태형 i미션라이프부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