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해를 언제까지 적의 안방으로 내줄건가
입력 2010-05-21 17:39
천안함 침몰에 대한 합동조사단의 내용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직도 북쪽에 호전적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 그동안 유지됐던 한반도 평화가 실상은 돈을 주고 산 것이었고, 따라서 돈이 떨어지면 금방 깨져버리는 유리창 평화였던 것이 분명한 사실로 밝혀졌다.
이 같은 엄중한 사실을 깨닫게 해준 것은 군의 공로다. 해군의 명예를 걸고 기울인 노력의 결과였다. 어선이 끌어올린 쇠뭉치를 분석해 북한의 어뢰 설계도면과 일치하는 부분을 찾아내고, 어뢰 추진부에 새겨진 글씨를 7년 전 수거한 북한제 경어뢰와 비교해 내놓은 물증은 동맹국의 동의를 얻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군의 노고를 치하한다.
그러나 조사 결과 드러난 군의 허술한 방어태세는 국민들을 다시 한번 실망시켰다.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 1척과 모선이 공해를 돌아 우리 영해에 침투해 어뢰를 발사할 때까지 우리 군은 속수무책이었다. 천안함 자체가 음파탐지기(소나)를 운용하고 북한의 수중 침투를 막는 초계 임무였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서해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결론이다. 군 당국의 설명대로 잠수함이 기지를 이탈해 잠항이 시작되면 어느 나라 기술로도 추적하는 게 어렵다면 제2의 천안함 사태가 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이야기 아닌가.
북한은 2002년 연평해전 이후 우리 함정 관련 자료를 수집해 오다 지난해 11월 대청해전에서 패배한 뒤 보복공격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서해는 수심이 얕고 조류가 빨라 잠수함 작전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며 방심하다 화를 자초했다. “우리 군이 대청해전이라는 작은 승리에 도취해 적의 전술적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이상의 합참의장의 자책이 정직해 보인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해군력에 따라 승패가 나는 현대전에서는 바다를 지키는 것이 지상전보다 중요할 수 있다. 대양해군은 말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늘도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선진화된 군을 믿고 입대하고 제대한다.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은 천안함 사건이 마지막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