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어떤 구두가 유행할까… 철없는 부츠, 쇼윈도를 접수했다
입력 2010-05-21 17:34
뉴욕멋쟁이들은 구두를 패션의 마침표라고 한다. 초등학교 때 받아쓰기 해본 당신은 알 것이다. 마침표 없는 문장은 동그라미를 받지 못한다. 아무리 멋진 옷을 입었어도 구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멋쟁이가 될 수 없다는 얘기인 셈. 뉴요커보다 멋내기에 더욱 열심인 서울라이트(Seoulite)인 당신, 올여름에는 조금 괴로울 듯하다.
벌써 몇 시즌째 매우 높거나 아주 낮은 굽으로 당신의 발을 괴롭히던 구두가 이번 시즌에는 계절감마저 상실했다. 무더운 여름을 위한 신으로 부츠가 잔뜩 나오고 있으니…. 루이비통 구치 랑방 안나수이 마르니 미우미우 끌로에 등 일명 명품 브랜드들이 2010년 여름 컬렉션에서 부츠를 선보였다. 발목까지 오는 부티는 기본이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사이하이부츠에 털 부츠까지 나와 있다. 금강 등 국내 내셔널 브랜드들도 부츠를 여름 ‘신상’으로 내놓고 있다.
발 땀띠를 견딜 것인가, 눈길 확 끄는 패셔니스타가 될 것인가. 그것이 문제인 당신에게 구두 디자이너들은 그럴듯한 해법을 내놓는다. 무늬만 부츠인 ‘서머부츠’를 신으라는 것.
헤레나&크리스티 고인희 실장은 “통풍이 되는 메시 소재를 선택하거나 가죽소재라면 발등을 깊게 파거나 글레디에이터 스타일로 끈을 감아 올린 디자인을 고르면 멋스러우면서도 땀띠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실장은 글레디에이터 스타일의 부티를 강추했다.
그러고보니 최근 몇 해 계속 글레디이에이터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멋쟁이들을 꽤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비결은 뭘까?
헤레나&크리스티 홍혜원 실장은 “로마 전투사들의 신에서 모티브를 따온 글레디에이터 스타일은 요즘 유행하는 복고 패션과 잘 어울려 당분간은 계속 사랑받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구두 한 켤레로 오래도록 멋스럽게 신고 싶은 알뜰파라면 글레디에이터 스타일을 눈여겨봐야 할 듯하다.
고 실장은 “색상은 검정과 함께 누드베이지 누드핑크, 전체적인 스타일은 앞굽이 두껍고 투박한 디자인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단색이 대세지만 호랑이해여서인지 여름에도 호피무늬가 눈에 띄는 것이 이채롭다.
굽은 올여름에도 높거나 낮은 것들이 대세다. 이른바 킬힐은 12㎝를 넘어 15㎝까지 일반화되고 있다. 앞쪽 굽을 2㎝ 이상 높여 공중부양(?) 효과를 극대화시키거나 통굽으로 불리는 웨지힐을 써서 불편함을 조금 덜어주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그런가하면 땅바닥에 붙어 있는 플랫슈즈도 여전히 ‘신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겨울의 그것과 다른 점은 귀여운 코사지나 리본, 비즈, 태슬(술) 장식이 더해져 더욱 여성스러워진 자태를 뽐내는 정도. 키가 어중간한 사람들에겐 정말 곤란한 굽들이다. 작은 키에 킬힐을 신으면 숏다리가 더욱 강조될 뿐이고, 플랫슈즈는 그야말로 밑천이 다 드러날 뿐이고.
그래서일까. 이번 여름에는 적당한 높이의 굽을 가진 ‘키튼 힐’이 다크호스로 나타났다. 5∼6㎝ 높이로 일명 아줌마굽인데, 올여름에는 새끼 고양이를 뜻하는 ‘키튼 힐’이라는 멋스런 이름으로 불리며 실속파 여성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굽이 낮은 만큼 투박해 보일 수 있으므로 세련되고 심플한 디자인을 골라야 몸과 함께 마음도 편할 듯하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