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상담 세미나… 작은 고민도 무시하지 말고 친철하고 적극적으로 경청 상처는 밖으로 노출해 치유

입력 2010-05-21 17:15


“목사님, 요즘 자꾸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성도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목회자의 반응은 어때야 할까.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고 농담으로 여기거나, “기독교인이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라며 자살을 금기시하거나, “더 열심히 기도해 보세요”라고 신앙이 부족한 탓이라는 메시지를 준다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주요 사망원인 중 4위가 자살인 우리 현실에 무지한 목회자라고밖에 할 수 없다. 20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가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자살,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세미나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목회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희망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자살, 제대로 알자=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유영권(상담한 전공) 교수는 자살자와의 상담을 위해서는 자살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번 자살을 결심한 사람도 환경이 바뀌면 얼마든지 자살을 포기할 수 있으며 자살에 대해 겉으로 내놓고 말하도록만 해도 충동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외견상 좋은 환경에 있어도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갑작스런 경제적·사회적 하락을 경험하면 오히려 ‘곱게 자란’ 사람이 더 위기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정신과전문의 이윤주 세이페병원장은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자살 시도 비율이 높기는 하지만 남성의 자살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자살충동 없애기=유 교수는 자살 충동자가 상담을 요청해 오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목회자가 평소 주변 사람들의 작은 고민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담자에게는 친절과 존경심을 표하며 적극적으로 고민을 경청해야 한다. ‘외부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자살 시도를 포기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조짐을 보일 때는 떠보기만 할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어야 한다.

이 원장은 “교회가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는 청지기 사상을 평소 강조한다면 자살 예방에 일조할 수 있다”면서 “다만 목회자가 모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우울증이 심한 사람은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자살심리치료를 전공한 김학수(장위중앙교회) 목사는 교회가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을 위해 일상생활 패턴을 바꾸는 계기를 제공하라고 권했다. 위로와 힘을 주는 신앙서적을 읽고 나누는 독서 모임, 점심시간을 이용한 빠르게 걷기운동 모임, 역경을 이겨낸 감동적 영화나 드라마 감상회, 장애인 시설 봉사 등 다양한 기회를 성도들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하라는 것.

또 자살 충동의 밑바탕은 살아오며 어느 순간 가지게 된 ‘마음의 상함’ 때문이며, 이를 치유하는 공통원리는 자기 상처를 밖으로 노출하는 것이므로 소규모로 깊이 교제하고 긍정적으로 독려하는 공동체들을 운영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글·사진=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