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녀 함께 ‘컴퓨터 휴요일’ 실천해보세요
입력 2010-05-21 17:36
청소년 인터넷 중독 진단·예방 어떻게
영수와 철수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들을 변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집에만 들어오면 컴퓨터에 코 박은 채 공부는 둘째고 밥도 잘 안 먹고 잠도 자는 둥 마는 둥 하는 자녀를 두었다면, 그런 손자손녀를 돌보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라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영수는 2008년, 철수는 2009년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상담원이 마련한 인터넷 중독 기숙형 치료학교인 인터넷 리스큐(RESCUE) 스쿨에 참가했다. 그리고 그들은 바뀌었다.
2007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인터넷 리스큐 스쿨은 ‘인터넷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캠프’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오혜영 부장은 “인터넷 리스큐 스쿨은 11박 12일 합숙형태의 장기 치료 프로그램”이라며 “인터넷 또는 게임 중독도 알코올이나 약물·도박 중독과 같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임 중독도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내성이 있어 점점 더 높은 강도를 요구하게 되고, 하지 않으면 금단증상이 있어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으면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많이 하지만 설마 우리 아이가 중독이겠어?” “우리 손자는 컴퓨터로 공부를 한대요.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공부를 해요.”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게 자녀들의 게임 중독이다. 오 부장은 “아침에 눈이 자주 충혈 되고, 낮에도 피곤하다고 할 때,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질 때, 결석 지각이 잦아질 때는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일러 준다(표1 참조). 위험할 정도로 게임에 빠져 있다면 전문가 상담을 받으면서 부모가 적극적으로 보살펴야 한다. 오 부장은 “자녀를 문제아로 생각하지 말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운동 등 게임 대신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대안활동을 찾아보라”고 당부했다. 또 인터넷 사용 내용을 살펴보는 것도 부모가 꼭 해야 할 일. 게임 내용, 자주 사용하는 사이트, 사용시간, 아이템거래내역 등에 대해 평소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릇 병이란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보다 걸리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훨씬 좋다. 게임 중독도 마찬가지다. 서강대학교 학생생활상담연구소 박승민 교수는 “자녀가 어린 시절 게임을 처음 접할 때부터 시간을 정해놓고 지키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컴퓨터는 정해진 시간에만 사용하도록 하고, 인터넷 사용 시간표를 작성하도록 한다. 청소년상담원의 인터넷 사용조절 신호등 프로그램(www.kyci.or.kr/down/iSignal2.exe)을 내려받으면 손쉽게 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번은 컴퓨터나 TV의 휴(休)요일을 정해 부모가 함께 지키도록 한다. 자녀가 약속을 지켰으면 상을 줘서 계속 할 수 있게 격려한다. 청소년기 자녀를 두었다면 자녀의 e메일과 사이트의 ID·비밀번호를 공유하고 메신저 친구를 체크하고, 음란물 차단 시스템을 설치해줘야 한다.
인터넷 리스큐 스쿨은 올해도 6월 14일 서울·경기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7차(표2)에 걸쳐 마련된다. 중학생 또래면 참가할 수 있으며, 차수마다 24명 선착순 마감이다. 참가비는 10만원. 차상위계층 이하는 전액 무료다. 컴퓨터 사용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초등학생도 중독현상을 보이고 있어 초등학교 4∼6학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4박 5일 동안 부모와 함께 휴양림에 머물면서 상담 치료를 받는 ‘숲치유 가족캠프’(표3)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녹색문화재단 주관으로 6월12일부터 5회에 걸쳐 실시하며, 1인당 참가비는 1만5000원이다. 합숙이 어렵다면 한국청소년상담원(02-730-2000)에서 개인상담도 가능하다. 상담 후 병원치료가 필요하면 연계해주고 첫회 진단비도 지원해준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