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 같은 아찔한 청춘 이야기… 이지민 장편 ‘청춘극한기’
입력 2010-05-21 17:34
소설가 이지민(36)의 장편 ‘청춘극한기’(자음과모음)는 신종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아찔한 청춘의 이야기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게 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청춘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다.
화자인 ‘나’ 옥택선은 사랑을 애써 외면해 왔다. 더럽고도 무서워 줄기차게 사랑을 피하며 조심한 덕에 몇 년간 ‘안전한’ 생활을 했다. 그러나 어느 날 친구가 주선한 소개팅에서 과학자 남수필을 만나면서 삶이 완전히 바뀐다. 연구소에서 과로와 박봉에 시달리던 그를 통해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이 바이러스는 걸리는 순간 상대가 누구든 사랑에 빠져버리게 하고 치료제도 없다. 남수필은 택선에게 ‘연구소에서 주는 치료제를 절대 먹으면 안되고 그들을 믿지도 말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죽는다. 택선은 남수필과 접촉한 자신을 격리시키려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다니며 바이러스의 정체를 찾아나선다. 남수필이 도와줄 유일한 사람이라고 알려준 이균과 함께 생사를 넘나드는 모험을 펼치면서 택선은 비로소 청춘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간다.
작가는 “‘청춘’이란 무언가를 호되게 앓는 시기”라며 “두려움과 불안감에 아파하는 청춘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썼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강렬한 바이러스에 한번쯤 감염되는 것 같다. 그것이 연애일 수도 있고, 운명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면서 “자신에게 침입한 바이러스와 싸우고 분투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써보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작가는 지난해 국내를 휩쓸었던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소설은 바이러스를 소재로 전개되지만 과학적이거나 사실적이기보다는 상상력과 유머, 재치가 넘친다. 청년실업 문제 등 무거운 소재들도 가볍고 발랄하게 풀어간다. 작가는 영화 ‘모던보이’의 원작인 ‘모던보이,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로 2000년 등단했다. 장편 ‘좌절금지’ ‘나와 마릴린’과 소설집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등을 펴냈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