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보낸 시간 앞에서의 겸허한 반성… 윤후명 산문집 ‘나에게 꽃을…’
입력 2010-05-21 17:34
“지난 시간이 흘린 많은 눈물을 잊어서는 안 된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였다 하더라도 그 눈물이 말라가며 남긴 얼룩이 내 삶의 무늬임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꽃과 눈물 사이에 이 책을 바치며, 나를 글의 제단(祭壇) 위에 놓으려 한다.”(‘작가의 말’ 중에서)
시인이자 소설가 윤후명(64)의 산문집 ‘나에게 꽃을 다오 시간이 흘린 눈물을 다오’(중앙북스)는 삶 속에 묻어뒀던 사색의 결정들이 돋보인다. 꽃과 나무에서 얻은 성찰이 촘촘하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식물과 함께함은 내게는 철학 선생을, 스승을 만나는 일과 같다. 때때로 인간으로 하여 실의에 빠질 때면 식물의 가르침에서 기대는 수밖에 없다.”(115쪽)
그는 노인장대와 서리소나무 앞에서 삶을 고결하게 사는 법을 생각하고, 박쥐나무에서 떳떳하게 살아오지 못한 삶을 반성한다. 겨울에도 푸른 인동잎을 보고는 꿈을 떠올린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그래서 함부로 아무 꿈이나 꾸지 말라고 내게도, 남에게도 타이르곤 했다.”(117쪽)
엉겅퀴, 개머루, 민들레, 부용화, 어리연꽃, 벌개미취, 양지꽃, 원추리, 달맞이꽃, 한삼덩굴, 능소화 등 수많은 식물들은 작가에게 삶을 되새겨보게 하는 스승들이었다.
작가는 “오로지 나는 글씀으로써 나를 지키며 살아왔고, 살아가겠다는 말만이 필요하다. 그 길에 꽃들은 피고 지고 나를 지켜줬다”고 회고했다.
그는 화가 김점선 민정기, 사진작가 이광호 김영갑, 문우(文友) 박영한 한창기, 문학의 스승으로 존경한 김동리 박두진 박목월 황순원 등과의 인연과 추억을 돌아본다. 또 “지구와 함께 끓는 숨을 쉬지 못하면 문학은 죽는다” 등 자신의 문학관을 들려준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