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의 내수시장 희비… 내달리는 기아차, 멈칫하는 현대차

입력 2010-05-20 20:47


기아자동차가 K5 등 세련된 신차를 앞세워 내수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기아차 동급 차량에 판매량이 추월당하는 등 주춤한 모습이다. 시장 점유율도 하락세다. ‘한 지붕 두 가족’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기아차는 20일 지난달 말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중형 신차 K5가 지난달 5일부터 시작된 사전계약분을 포함, 지난 18일까지 1만4000여대가 판매됐다고 밝혔다. 로체 후속 모델인 K5는 각종 첨단기술과 역동적 디자인을 내세웠다.

반면 국내 대표 중형차인 현대차 신형 쏘나타는 지난달 1만1138대가 팔려 3월(1만4575대)에 비해 판매량이 24% 감소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K5 사전계약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5에 대한 관심은 중고차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중고차 전문사이트 지니카 관계자는 “K5를 사려는 고객들이 많은 때문인지 중고 중형차를 팔겠다는 문의가 지난달 13.1%에서 이달 현재 23.9%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기아의 준대형차 K7은 지난달 3856대가 팔려 경쟁차종인 현대차 그랜저(3221대)를 제쳤다. 지난 2월 4249대가 판매돼 3352대에 그친 그랜저를 앞지른 이후 3개월 연속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K7이 지난해 11월 출시된 만큼 디자인과 성능에서 상대적으로 오래된 그랜저를 눌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에서도 기아의 쏘렌토R은 1분기 1만1419대가 팔려 현대차 싼타페(1만627대)를 앞섰다. 지난달 말 출고된 스포티지R도 한 주 만에 4626대가 판매돼 지난달 한 달 동안 4779대가 팔린 현대차 투싼ix를 위협하고 있다.

신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기아차는 지난달 내수시장 모델별 판매 톱10에 모닝, 스포티지R, K7, 쏘렌토R 등 4개를 진입시켰다. 반면 현대차는 쏘나타, 아반떼, 투싼ix 등 3개에 그쳤다. 또한 K7, 쏘렌토R, 모닝, 프라이드 등 4개 차종은 모두 동급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기아차는 2008년부터 적극 추진해온 ‘디자인 기아’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모든 차종에 호랑이 코와 입을 형상화한 라디에이터그릴 등 ‘패밀리 룩’을 적용하고 있다”며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이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특히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지난해 4월보다 32.8%가 늘어난 3만8513대를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31.3%를 기록했다. 올 들어 최대 점유율이다. 3월에 비해서도 판매량이 소폭(1.3%) 늘었다.

반면 현대차는 5만5339대를 팔아 시장 점유율 44.9%를 기록했다. 판매량은 전년 4월보다 16.9% 증가했지만 점유율은 올해 최저치다. 3월 대비 판매량은 오히려 6.6% 줄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타사들의 신차효과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초 현대차는 올해 연간 내수시장 점유율을 52%, 기아차는 35%로 각각 설정했다. 하지만 최근 실적을 보면 현대차는 지난해 점유율(50.4%)에도 못 미친다. 반면 기아차는 지난해 점유율(29.6%)을 웃돌고 있어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현대차는 오는 8월 신형 아반떼 출시에 이어 하반기 신형 그랜저 및 베르나를 잇따라 선보여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 지붕 두 가족 간 경쟁은 더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