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29원 급등·주가 29P 급락… 금융시장 ‘안보 리스크’에 요동

입력 2010-05-20 21:18


“유럽 재정위기로 불안하던 참에 천안함 발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을 질렀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20일의 환율 폭등을 이렇게 요약했다.



이미 노출된 악재라고 여겼던 ‘천안함’이 금융시장에 예상 밖의 충격을 줬다. 원·달러 환율이 하루 사이 30원 가까이 오르고, 주가는 급락했다. 외국인 매도도 계속됐다. 전문가들은 남북 긴장국면이 쉽게 해소할 수 없는 수준으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시장은 유럽 재정위기라는 대외변수에다 우리 경제의 고질인 ‘안보 리스크’가 가중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금융시장에 ‘안보 리스크’ 직격탄=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29.00원 오른 1194.1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은 뉴욕 증시 하락과 역외환율 상승을 반영하며 1169.50원으로 시작했다. 오전 10시 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사건 발표를 전후해 환율은 1170원대 중반으로 상승했고, 북한이 ‘제재 시 전면전쟁 불사’ 입장을 밝히면서 폭등세를 탔다. 특히 오후 2시40분쯤에는 증시 급락과 맞물리면서 1196.70원으로 치솟았다.

외환은행 조현석 과장은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유럽 재정위기 여진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일시적 급등에 따른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김성순 차장은 “향후 천안함 사태가 어떻게 가닥을 잡아가느냐에 따라 환율이 어느 쪽으로든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증시는 요동을 쳤다. 약보합세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한때 전일 대비 0.64% 오르며 반등에 나섰지만 오전 10시 전후로 상황이 나빠졌다. 내림세로 돌변한 뒤 장중 159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외국인이 386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상승 동력을 잃은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9.90포인트(1.83%) 내린 1600.18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19.39포인트(3.87%) 내린 481.06으로 마쳤다.

◇‘단기 악재’인가 ‘장기 충격’인가=정부는 물론 시장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관측했다. 그동안 금융시장이 유럽발 충격에도 비교적 잘 버텨왔던 점, 경제회복세가 탄탄한 점, 채권시장이 안정적인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보다 0.02% 포인트 떨어진 3.74%를 기록했다. 채권 금리는 매수세가 많으면 떨어지고, 반대 상황이면 오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과거 북한 악재 발생 때와 달리 채권시장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가 강했다”며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투자자의 성향이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차익 투자자에서 안정성을 보고 들어오는 투자자(Real money)가 늘고 있어 안보 리스크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 충격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강경한 반응, 국제사회의 역학관계를 감안하면 대북제재를 둘러싸고 사태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연구조정실장은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돌발변수가 생기는 등 악조건의 연쇄반응이 일어난다면 투자심리와 소비심리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재정부는 21일 오전 윤증현 장관 주재로 경제동향점검회의를 열 계획이다. 상황 전개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24시간 살피고 있다.

배병우 김찬희 정동권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