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北 소행, 외국 조사단 전원과 완전한 의견 일치”
입력 2010-05-20 21:35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해온 민·군 합동조사단은 20일 오전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2시간에 걸쳐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합조단은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에서 발사된 어뢰에 의해 격침된 것으로 결론짓고, 그 증거로 침몰해역 부근에서 끌어올린 어뢰추진체 일부와 여기에 쓰여진 ‘1번’이라는 표시 등을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이 사용한 무기체계와 침투 및 도주 경로>
-북한 잠수정의 침투경로는 어디인가.
“(황원동 합조단 연합정보분석팀장) 조사 분석에 따르면 해당 기간(3월 26일 천안함 침몰 2∼3일 전후)에 상어급 잠수함 1척과 연어급 잠수정 1척이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용된 어뢰의 종류와 작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어급 잠수정이 (천안함 공격에) 운용됐을 것으로 파악됐다. 침투 경로는 수중으로 서해 외곽을 우회한 것으로 추정한다. 치명적인 공격을 위해 야간에 목표를 식별하고 근접해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을 공격한 것이 잠수정인가 잠수함인가. 또 도주 경로는.
“(황 팀장) 잠수정과 잠수함은 톤(t)수로 구별된다. 300t 이상이면 잠수함이고 300t 미만이면 잠수정이다. 연어급은 잠수정이다. 도주경로는 도발한 이후 신속히 현장을 이탈해 침투한 경로로 되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서해의 해저 환경이 복잡해서 북한 잠수정이 백령도 해역에 곧바로 침투했다는 것이 납득이 안 된다. 북한 잠수정이 사전에 정찰했을 가능성과 연어급 잠수정의 제원과 팸플릿 입수 경로를 밝혀 달라.
“(황 팀장) 현재 북한이 사전에 도발 지역을 정찰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유사한 북한의 해저에서는 사전 훈련을 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어뢰 팸플릿은 출처 보호 및 기타 보안사항 때문에 소상히 설명드릴 수는 없다. 팸플릿에는 어뢰의 제원과 특성, 상세도면까지 수록돼 있다. 연어급 잠수정의 제원은 대부분 상어급 잠수함과 유사하다. 수출형으로 건조됐고 최근에 건조하다 보니 야시경과 같은 고성능 장비를 구비하고 있다. 은밀성을 높이기 위해 선체를 특별하게 건조했다.”
<합조단이 밝힌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
-어뢰에 1번이라고 표시된 이유는 무엇이고 북의 표기법과 같다고 한 근거는 무엇인가. 필체감정을 한 것인가.
“(황 팀장) 현재 생산되는 어뢰 종류에 따라 사용되는 부품이 상이할 수 있다. 어뢰를 조립하고 정비와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부호를 1번이라고 쓴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다른 나라는 한글로 1번을 표시하는 일이 없는 것으로 안다.”
“(윤종성 과학수사분과장) 필적 감정은 글씨가 같거나 자음과 모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1번’ ‘4호(과거 한국이 입수한 북한 훈련용 어뢰에 쓰여 있던 것)’가 있기 때문에 감정이 쉽지 않지만 잉크는 장시간에 걸쳐 분석하면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어뢰 파편이 침몰 해역에 있었고 북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는 북한제로 볼 수 있다는 것인데, 또 다른 증거도 제시할 수 있는가.
“(폭발유형분과 이득근 박사) 인양된 천안함에는 다량의 흰색 분말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유사한 것이 프로펠러에서도 발견됐다. 천안함 선체 8곳, 증거물 2곳에서 흡착물질이 발견됐다. 분석 결과, 흡착물질은 알루미늄 산화물로 밝혀졌다. 일부 흑연도 검출됐다. 흡착 물질에서 발견된 알루미늄 산화물은 큰 에너지를 받거나 높은 온도 속에서 형성된다. 흑연은 고온·고압에서 형성되는 물질이다. 이런 물질은 수중폭발이 발생했을 때 생긴 것이다. 분석을 통해 프로펠러와 천안함에서 검출한 흡착물질이 동일한 물질임을 알게 됐다.”
“(윤덕용 공동조사단장) 어뢰추진체의 하얀 물질은 폭발로 인해 알루미늄이 산화하면서 생긴 것이다. 그런 흡착물이 프로펠러와 증거물의 철 표면에서도 관찰됐다. 참고로 최근 어뢰 폭약으로 알루미늄 파우더가 20∼30% 정도 쓰이고 있다. 알루미늄 파우더는 폭발 위력을 증가시키고 특히 버블을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
-합조단이 물기둥과 관련해 최초 설명한 것과 바뀐 것 같다. 이번에 물기둥이 발견됐다고 강조했는데 왜 이런 변화가 있는지 설명해 달라. 또 침몰 결과의 시뮬레이션은 어떻게 진행됐나. 잠수함의 침투 정황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가 이번에 새롭게 제기한 것은 증거를 찾았기 때문인가.
“(이기봉 폭발유형분과장) 물기둥은 수중에서 폭약이 근거리에서 폭발할 경우 대부분 발생한다. 천안함 침몰 시 물기둥이 발생했다고 보는 근거는 네 가지다. 첫째, 백령도 초병이 해상에서 높이 약 100m, 폭 20∼30m의 하얀 섬광기둥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둘째, 천안함의 좌현 감시병이 폭발과 동시에 넘어진 상태에서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다고 진술했다. 셋째, 생존자들이 천안함을 탈출할 때 좌현 외벽의 움푹 들어간 부분에 물이 고여서 발목이 빠졌다는 진술을 했다. 넷째, 흡착물질, 폭약잔재들이 함수 포탑부터 함미 포탑까지 하단면 일대에서 검출되는 등 선체 전반에서 검출됐다.”
“(선체구조분과 정정훈 박사) 폭약의 종류, 중량, 폭발거리를 제공받아 선체구조의 시뮬레이션을 했다. 공학적 계산에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완전한 결과가 아니지만 충격파와 버블이 생기는 것을 확인했고, 천안함이 침몰한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증거물 확보 과정>
-어떻게 증거물 위치를 확인했나. 새로운 해역에서 찾은 것인가.
“(김남식 쌍끌이 어선 대평호 선장) 함미 부분에 ‘포인트’를 받았고 거기에서 수십 차례 조업을 한 결과 인양하게 됐다.”
“(최두환 채증단장) 쌍끌이 어선을 집중 운용하려고 (해역의) 500바이(X) 500야드를 설정했다. 그리고 25야드씩 나눠서 쌍끌이 어선이 조업했고 지난 15일 아침 8시 출항해 8시30분에 1차 투망했다. 최초 저희들이 합조단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을 때 어뢰의 잔해물이 떨어져 있을 지역이 폭발원점으로부터 30∼40m 근처가 될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그래서 폭발 원점 중심으로 조류를 고려해 어선을 운항했고 어선의 방향과 투망의 방향을 고려해 이동하면서 약간 위쪽에서 증거물이 발견됐다. 선장이 30년 이상 쌍끌이 어선을 조업해서 굉장히 노련했다.”
-쌍끌이 어선은 언제부터 어떻게 활동했는가.
“(윤 과학수사분과장) 우선 쌍끌이 어선을 사용하게 된 것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많은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류나 수심 등 국내외 사례를 수집했다. 그런 가운데 우리 공군에서 전투기가 추락했을 때 동해안과 서해안에서는 쌍끌이 어선을 이용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해안 372m, 서해안 45m에서는 쌍끌이 어선으로 대부분 증거물을 수집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어촌을 수소문해 사흘간 쌍끌이 그물망을 수집했고 5월 3일 시험운용을 했다.”
“(김 선장)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많이 힘들었다. 조업하는 과정이 모든 여건에 맞지 않아 상당히 힘들었고 어망 파손도 너무 많았다. 그래서 어망도 특수제작을 두 번이나 했고 재질도 강도가 강한 것으로 다시 꾸몄다. 평소 하루 3∼4번 조업하는 여건에서 8번까지 열심히 했다. 감독하러 파견 온 중령님과 저희들이 호흡이 잘 맞아서 원만하게 됐다고 본다. 증거물을 건지는 과정도 천운이 따랐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조사 신뢰도>
-외국 조사단 일부 요원은 최종 결과에 합의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있는데 만장일치인가. 또 공개한 어뢰추진체의 설계도와 팸플릿은 일치하는가.
“(박정이 공동조사단장) 오늘 발표된 사실은 이번에 참석한 외국 조사단원 모두가 완전하게 견해가 일치한 것이다. 조사단이 구성되고 단계별로 조사활동을 진행하면서 모든 분과에서 외국 조사단이 동참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마지막 결론에도 모두 공감하는 절차를 밟았다.”
“(황 팀장) 오늘 보여준 설계는 (북한의) 팸플릿과 일치한다.”
-외국 대표단은 어떤 역할을 했나.
“(미국 대표 에클레스 준장) 국제 대표단은 한국 조사단에 협조해서 조사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료 등을 공유하면서 업무를 수행해 왔다. 여러 가지 증언과 과학적 상상을 통해 분석했다. 모두 현재 결과에 동의한다.”
-천안함에 설치된 CCTV 영상이 복원된 것으로 아는데 공개할 수 있는가.
“(윤 과학수사분과장) CCTV가 한 달 정도 바닷속에 있었기 때문에 복원에 어려움이 있었다. 여러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서 복원했다. 천안함에는 CCTV 11개가 설치돼 있었다. 이 중 6개가 복원됐다. 안타깝게도 폭발 1분 전까지 복원이 돼 있었다. 이는 정전 1분 후에 녹화가 되도록 사전에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복원된 모습은 안전 순찰하는 모습, 가스터빈 기관실이 안전한 모습, 후타실에서 운동하는 모습 등이다. CCTV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정상적인 임무수행 중에 갑작스러운 폭발로 인해 침몰했다는 것이다.”
“(박 공동단장) 보충 설명하겠다. 지난번에 일부 공개할까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공개적으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유가족에게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추후에 (유가족과 취재진 등에) 비공개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 보겠다.”
-증거물을 극적으로 끌어올렸는데 쌍끌이 어선에는 누가 탔고 어떻게 끌어올렸으며 사진촬영은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가.
“(김 선장) 우리가 증거물을 끌어올리는 과정에 파견 나온 감독도 있었고, 합조단에서 나온 팀과 선원 등 12명이 다같이 봤다. 제가 직접 수거를 했다. 스크루를 찾는 동안 실제 존재할까 의아심도 있었다. 증거물이 올라오는 순간 전문 지식은 없지만 프로펠러 2개가 있는 것을 볼 때 맞다고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촬영팀도 와서 생생하게 촬영했다.”
<정부와 군의 후속 대응>
-북한이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남쪽에 보낸다고 하는데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가.
“(박 공동단장)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정전상태다. 그래서 정전관리를 하기 위해 유엔사 정전위가 편성돼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건이 북한과 어떻게 연루됐냐는 정전위서 판단하고 판단 결과를 갖고 북측에 통보하고 조치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공격을 막을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고, 이후 방어 보강을 위한 조치는 어떤 게 있는가.
“(황 팀장) 잠수함에 대한 방어대책은 난해하다. 잠수함에 대한 가장 용이한 대응은 기지에 정박해 있을 때 식별하는 것이다. 기지를 이탈해서 잠항이 시작되면 현재까지 개발된 세계 어느 나라의 기술로도 분명하게 추적하는 것이 제한되는 게 현실이다. 이번 사태에도 (북한의 잠수함정이) 기지를 이탈하는 것을 식별했지만, 우리 해역까지 침투해 도발할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다. 앞으로 우리는 취약한 해역 및 수중에 다양한 잠수함에 대한 감시체계를 구비해서 현재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예정이다.”
“(손기화 정보분석분과장)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 2∼3일을 전후해 북한군 잠수함·잠수정 두 척이 기지를 이탈했고 저희가 식별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북한이 가진 모든 수단의 침투, 공격, 도발에 대한 감시를 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특별히 정보 판단이 달라질 것은 없지만 더 보완할 것은 보완하겠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