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여전히 남은 의혹…북어뢰에 너무 선명한 ‘1번’ 글씨

입력 2010-05-21 00:28


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는 북한의 어뢰에 의한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실질적인 물증을 제공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남아 있다.

우선 어뢰의 추진부에 남겨져 있는 ‘1번’이라는 표시에 대한 의문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무기류에 일련번호를 매길 때는 표면에 새겨 넣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잉크로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지적한다. 어뢰의 추진부는 상당히 부식된 상태인데 글자부분만 선명하게 청색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선뜻 수긍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또 우리 군이 7년 전 수거한 훈련용 어뢰에 적힌 양식이 ‘4호’로 숫자와 한글을 쓰는 방식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북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글자체만으로는 단정적으로 규정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종성 합조단 과학수사분과장은 “어뢰에 따라서 글자체가 달라질 수 있어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다”며 “사용된 잉크를 분석하면 동일한 곳에서 제조된 잉크를 사용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에서는 숫자에 ‘번’을 붙이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북한에서는 ‘번’이라는 표현이 일본식이어서 잘 쓰지 않으며 개수나 숫자를 표현할 때는 ‘호’를 쓴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번이라는 표현은 한 번, 두 번, 이번, 저번 등에만 쓰인다”며 “‘1번’이라는 표현이 북한 어뢰라는 것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라는 합조단의 주장을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어뢰의 프로펠러와 조정장치의 부식도가 심한 것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한 달 반 정도 해수에 잠겨 있었던 것으로 보기에는 부식도가 상당히 심하다”며 “천안함 침몰 이전에 이미 해저에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번에 처음 존재가 드러난 연어급 잠수정(130t)이 폭발장약이 250㎏에 달하는 중어뢰를 발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합조단에 따르면 어뢰의 무게는 1.7t인데 이렇게 무거운 어뢰를 연어급 잠수정이 정확하게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도록 발사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군사전문가들은 잠수정은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어뢰를 2발이나 4발 장착하는데 이번에 단 1발만 사용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어뢰는 발사 시 명중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통상 2발을 쏜다”며 “합조단은 1발을 사용했는지 2발을 발사했는지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군은 천안함 침몰 시 물기둥을 봤다는 증언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합조단은 이번 조사결과 발표 시에는 “백령도 해병 초병이 물기둥을 봤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