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유네스코 가입 60주년인데
입력 2010-05-20 17:56
석굴암과 불국사, 종묘, 중국 만리장성, 일본 교토 기요미즈데라, 미국 그랜드캐니언, 독일 쾰른대성당, 영국 런던탑,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모두 세계유산(World Heritage)이다.
세계유산이란 말은 1960년대 이집트 남부에 있는 아부심벨신전의 수몰 위기가 불거지면서 처음 쓰인 말이다. 아스완댐 공사로 나일강 상류의 누비아 유적이 수장될 처지에 놓이자 세계 60여 나라가 그중 대표 격인 아부심벨신전을 분해해 들어 옮기고 다시 조립하는 지원 사업을 벌였다.
그 연장선에서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인류가 공유해야 할 유산을 보존하자는 취지로 ‘세계유산조약’을 1972년 결의하고 본격적으로 세계유산 보존사업을 펼쳤다. 세계유산은 인공적인 문화유산, 자연유산, 이 둘의 복합유산 등 셋으로 나뉜다.
이후 유네스코의 유산사업은 좀더 포괄적으로 확대된다. 기존 세계유산은 부동산 중심의 유형유산에 초점을 뒀지만 인류의 업적은 그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등의 기록유산과 판소리나 종묘제례 같은 무형문화유산을 더해 현재 ‘3대 유산사업’을 벌이고 있다.
유네스코는 2차대전 직후 다시는 전쟁을 치르지 않겠다는 의지의 상징으로서 창립된 유엔 산하 기구다. 유네스코헌장 전문엔 ‘전쟁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생겨난 것이기에 사람의 마음에 먼저 평화의 성(城)을 구축해야 한다’는 구절이 들어 있다.
한국은 1950년 6월 14일 유네스코에 가입, 올해로 60주년을 맞는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한국이 반전의 상징인 유네스코에 가입한 지 불과 11일 만에 한국전쟁은 터졌다. 그리고 그로 인한 동족상쟁의 대결 구도와 분단의 세월은 더불어 60년을 이어오고 있다. 올 봄에 있었던 천안함 침몰사건도 북한의 소행이라고 하지 않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운데는 부(負)의 세계유산이 적지 않다. 노예무역의 거점이었던 세네갈의 고레섬, 아우슈비츠 빌케나우 강제수용소, 히로시마 원폭 돔 등이 대표적이다.
부의 세계유산은 인류가 저지른 천박하고 아둔한 악태를 기억하자는 뜻일 터다. 3년여에 걸친 전쟁도 모자라, 그것도 남북 해빙이 거론되고 있는 지금 대체 무슨 수작인지. 한반도의 분단은 가위 부의 세계유산급이다.
유네스코 가입 60주년을 맞아 내일부터 29일까지 다양한 기념행사가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열린다는데 그저 참담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남북의 마음속에 평화의 성을 쌓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울 줄이야.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