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석의 아웃도어] 캠핑이 귀족 스포츠라고?

입력 2010-05-20 17:49


초등학생 딸아이를 둔 친구에게 주말 오토캠핑을 추천했다가 되레 핀잔만 들었다. 얼마 전 가족끼리 교외에 나갔다가 거기 온 사람들의 어마어마한 캠핑장비를 보고는 겁을 먹었다는 것이다. 캠핑장비 때문에 주눅이 들었단 얘기를 듣고는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랬다. 사실 캠핑은 비용이 적게 드는 여가활동이기 때문이다.

캠핑장비를 많이 챙겨서 다니는 사람들을 욕할 필요는 없다. 캠핑을 하려면 우선 수용 인원보다 좀 넉넉하고 방수가 잘되는 튼튼한 텐트와 푹신한 바닥깔개, 따뜻한 침낭, 편리하고 화력 좋은 버너, 가볍고 편리한 코펠 등이 필요하다. 더 편안하게 지내고 싶다면 접이식 탁자와 의자, 무쇠로 만든 더치 오븐과 바비큐 그릴, 식기류, 커다란 물통, 설거지 가방, 랜턴과 랜턴 받침 등 필요한 게 셀 수 없이 많다. 캠핑 자체가 ‘의식주의 이동’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 많은 채비를 다 갖추려면 돈도 많이 든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근사한 텐트와 타프(그늘막), 한 개에 수십만원씩 하는 접이식 의자와 탁자 세트, 비싼 만큼 더 무겁다는 더치 오븐과 바비큐 그릴, 이것저것 모두 합치면 5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 많은 짐을 싣고 다니려면 트렁크 공간이 여유 있는 큰 자동차도 필요하다. 그래서 세간에는 오토캠핑을 귀족스포츠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좋은 장비가 대부분 수입품인 이유도 있다.

언제부터 우리 캠핑문화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1970∼80년대 콘도나 펜션 같은 이렇다할 숙박시설이 없어서 선택한 게 캠핑인데, 지금은 10년치 여름 휴가비를 모두 모아도 캠핑장비 풀세트 갖추기가 힘들다. 그럼 이런 장비들이 다 있어야 캠핑이 가능한가? 답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중요한건 캠핑 목적이다. 왜 캠핑을 하러 가는가? 만일 이 목적을 달성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면 그것은 분명 귀족스포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캠핑 목적은 자연과의 호흡이다. 콘크리트 더미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부딪치고 인공적 향기와 먹을거리로 일상을 보내는 도시인들에게 캠핑만큼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여가활동은 드물다. 자연 속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밥도 먹고 잠도 자는 것이다.

자연을 제대로 느끼려면 캠핑장비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꼭 필요한 텐트와 침낭, 버너, 코펠만 있으면 되는 게 캠핑이다. 물론 불편하다. 하지만 편안함을 캠핑에서 찾는 것은 오프로드를 가기 위해 지프를 사놓고 승차감이 나쁘다고 불평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승차감을 원한다면 세단을 사야 하듯이 야외에서 편안한 잠자리를 원한다면 콘도나 펜션을 이용하는 게 맞다.

캠핑의 고수일수록 가지고 다니는 짐이 적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다 갖춰야 하는 줄 알고 돈을 모아 산다. 그러나 경험이 쌓이면 자신이 사 모은 장비 가운데 필요한 것보다 필요 없는 게 더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아웃도어 플래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