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유족 반응… “北에 강경대응” “사태악화 안돼”
입력 2010-05-20 14:18
천안함이 북한 어뢰의 수중 폭발로 침몰했다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20일 발표되자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안보의식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료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호히 대응해야” vs “사태 악화시키지 말아야”=보수 성향 단체와 사회 원로들은 “실질적 증거가 드러났다”며 군사 행동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제재를 주문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결연히 대응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환상을 키워온 사람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의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국제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경제제재를 가하는 등 북한이 두번 다시 망상에 사로잡히거나 도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 대응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자유총연맹은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에 대한 명백한 무력 남침행위로 간주한다”며 “정부는 군사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이상호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서해안의 군사훈련이나 전력을 증강하고, 향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조금이라도 침범하면 격침하겠다는 경고도 실질적 대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가 북한 어뢰 공격설을 뒷받침하기엔 여전히 미흡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김진환 건국대 교수(북한학)는 “천안함과 어뢰의 부식도를 어떤 방식으로 평가했는지, 침몰 당시 백령도 근해의 조류 상태가 어떠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북한이 검열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만큼 남북한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인 새사회연대는 “조사단이 북한 잠수정의 침투와 도주 경로는 추정이고 현재 기술로는 잠수함의 잠항을 추정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면서 “조사 결과는 숱한 의혹을 납득시키기보다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도 “침몰 순간을 기록한 열상감지장치(TOD) 영상, 교신일지 등을 추가로 공개해 조사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 “구조활동 과정 상세히 밝혀야”=고 문규석 상사의 아버지 문창호씨는 “북한이 했을 거라고 예상은 했다. 조사 결과를 보고 나니 마음이 좀 편안하다”며 “국립대전현충원에 가서 아들에게 발표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실종자가족협의회 언론 담당이었던 최수동씨는 “가족들이 정말 알고 싶어 하는 부분은 초기 대응 및 구조활동과 관련된 부분인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서 “오늘 발표 내용은 전사자임을 확인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를 두고 정치권의 시선이 엇갈리는 것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고 심영빈 중사의 아버지 심대일씨는 “야당 의원들도, 여당 의원들도 다 같은 우리나라 국민인데 어떻게 이렇게 다른 소리들을 하느냐. 답답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서울역과 식당 등에 설치된 TV 앞에 모여 합조단의 조사 결과 발표에 눈과 귀를 모았다. 대학생 우정하(28)씨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엔 외양간이라도 고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기영 강창욱 김수현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