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조사 신뢰성 흠집내기… 명백한 물증에도 되레 협박
입력 2010-05-20 21:29
정부가 천안함 사태를 북한의 소행으로 발표하자 북한은 즉각 반발했다. ‘전면 전쟁’이라는 자극적인 용어까지 썼다.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가 대변인 성명을 내 발표의 격(格)도 어느 때보다 높았다. 북한이 국방위 대변인 성명을 발표한 것은 지난 1월 남측에 대한 ‘보복 성전’을 거론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성명은 국방부에서 민·군 합동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한 지 불과 30분 만에 나왔다. 이례적으로 신속한 반응인 셈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20일 “국제사회의 여론전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국방위 검열단을 남측에 파견하겠다는 것은 이번 사건이 날조됐으며 북측과는 무관하다는 자신감을 내보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검열단 파견은 선전용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검열단을 실제로 파견하려고 했다면 그 문제를 협의할 남북군사실무회담도 같이 제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측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뻔히 알면서 조사 결과의 신뢰도에 흠집을 내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남측이 검열단을 거부하면 유엔 안보리 등에서 중국이나 러시아, 제3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조사 결과의 객관성과 과학성을 트집 잡으며 외교전을 벌이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조사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정이 민·군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이 사건이 북한과 어떻게 연루됐는지를 정전위에서 판단하고 그 결과를 북측에 통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은 이미 1994년 군사정전위원회를 폐쇄했기 때문에 사실상 검열단 파견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해군 대변인이라는 박인호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강사도 이례적으로 APTN(AP통신의 TV뉴스 자회사)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군대는 목적부터 남을 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군대가 아니다”면서 천안함 격침 의혹을 철저히 부인했다. 정부가 발표한 ‘결정적 증거’에 대해서도 “우리 공화국 표식이 있었으면 우리를 걸고들기 위해서 만들어낸 자작극이자 연극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말로 하는 반발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도 크다. 국방위 대변인 성명도 “서해를 포함하여 우리 주권이 행사되는 영해, 영공, 영토 안에서 발생하는 자그마한 사건도 도발로 낙인하고 한계가 없는 보복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당장 개성공단의 육로 통행 제한, 차단도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납북자가족모임 등 반북단체들이 백령도에서 전단(삐라) 50만장 등의 살포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16일 남측의 삐라 살포가 계속되면 육로 통행을 제한, 차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