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모선과 기지출발→2~3일 공해 잠복→어둠틈타 근접 공격

입력 2010-05-20 21:43


북한 연어급 잠수정은 어떻게 우리 영해로 침투해 천안함을 침몰시킨 것일까. 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은 20일 잠수정의 도발 경로에 대해 “은밀하게 침투하려고 공해 외곽을 우회해 침투, 어뢰를 발사한 뒤 신속히 현장을 이탈해 되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소형 잠수정과 모선이 천안함 공격 2∼3일 전 서해의 북한 해군기지를 이탈했다 공격 2∼3일 후 복귀했음을 미국 등 5개국의 ‘다국적 연합정보분석TF팀’이 확인했다”며 “이상의 증거로 볼 때 어뢰는 북한 소형 잠수함에서 발사됐다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고 했다. 잠수정의 출발 지점이나 시각, 침투 경로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구체적인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천안함 침몰 이후 공개됐던 군 당국의 정보와 합조단 발표 내용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3월 26일 오후 9시20분쯤, 백령도 서남방 2.5㎞ 해역. 승조원 104명을 태운 1200t급 천안함은 정상적인 작전 임무 수행 중이었다. 같은 시각, 천안함 인근 해역에서 북한의 연어급 130t 잠수정이 은밀하게 천안함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 잠수정은 2∼3일 전 북한의 비파곶, 해주, 남포 기지 중 한 곳으로부터 상어급 300t 잠수함 한 척과 함께 빠져나온 것이다. 잠수정은 북한 영해에서 모선의 지원을 받으며 북방한계선(NLL) 인근까지 내려왔다. 주변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서쪽 공해로 빠져나갔다. 뱃머리를 남쪽으로 돌려 내려온 뒤 다시 동쪽으로 이동했다. ‘ㄷ’자 형태로 움직여 한국 영해로 침투한 것이다. 백령도 인근 해역은 수심이 낮을 뿐만 아니라 어민들이 쳐 놓은 그물 때문에도 잠수정이 움직이기 쉽지 않은 곳이다. 칠흑같은 어둠 속이었지만 음향탐지기(소나)를 피해 천안함의 북서쪽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평소 서해 해저 상황과 비슷한 지형에서 사전 훈련을 했기에 가능했다.

천안함이 사정권에 들어오자 곧바로 중어뢰(CHT-02D)를 발사했다. 음향항적 및 음향 수동추적방식이 달려 있는 이 어뢰는 30∼40노트의 속도로 쏜살같이 나갔다. 그리고 천안함에서 수심 6∼9m 아래, 가스터빈실 중앙에서 좌현으로 3m 지점 수중에서 폭발했다.

폭발장약이 250㎏에 달하는 중어뢰가 폭발하자 굉음과 함께 충격파와 가스버블이 생겼다. 버블이 팽창하면서 그 충격으로 천안함 선체는 역V자 모양으로 꺾이며 위로 솟구쳤다. 버블은 다시 수축했고 이에 따라 선체 역시 V자 모양으로 구부러졌다. 버블이 재폭발하면서 천안함도 2차 충격을 받았고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천안함 후미에서 충격과 함께 꽝! 꽈∼아앙 소리가 들린 뒤 정전이 됐다. 후타실에서 운동하던 장병들, 또 안전 순찰을 돌던 장병의 모습을 찍고 있던 천안함의 CCTV 11개도 정지했다. 경계를 서고 있던 백령도 초병의 눈에 2∼3초간 높이 100m, 폭이 20∼30m쯤 되는 하얀 섬광 같은 물기둥이 목격됐다. 충격으로 쓰러진 좌현 견시병의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다. 갑자기 배가 우현으로 90도 기울기 시작하면서 함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함수에 있던 장병들은 충격 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대피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임무를 완수한 북한 잠수정은 시속 13∼15㎞의 속도로 유유히 사고 해역을 빠져나갔다. 서둘러 침투했던 경로를 따라 다시 북한 해역으로 넘어간 뒤 모선의 지원을 받으며 2∼3일 후 원래 기지로 돌아갔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