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쌍끌이에 묵직한 쇳덩이… 선장 “바로 이거다” 직보

입력 2010-05-20 21:44


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수중폭발로 결론짓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지난 15일 수거한 어뢰의 파편들이다.



합조단은 프로펠러와 추진부, 조정장치 등 주요 부분이 고스란히 수거됐으며 이를 토대로 북한이 수출용으로 제조한 중어뢰 CHT-02D라는 것을 밝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추진부 뒷면에 쓰인 ‘1번’이라는 표시는 7년 전 우리 군이 수거한 북한의 훈련용 어뢰에 표시된 ‘4호’와 마찬가지로 숫자와 한글을 병기한 형태여서 북한제임을 입증해줬다고 강조했다.

어뢰의 프로펠러와 조정장치 부분에 남아 있는 산화알루미늄이 천안함 절단 부분과 연돌 등에서 발견된 산화알루미늄과 성분이 같다는 점도 어뢰 공격설을 뒷받침해준다고 합조단은 설명했다.

◇천안함 공격 증거=합조단 폭발유형분과 이근득 박사는 “천안함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화약 성분인 RDX(Research Development Explosive)와 TNT(Trinitrotoluene), 알루미늄 분말 등을 혼합한 폭발물의 수중폭발 실험을 한 결과 산화알루미늄이 검출됐다”며 “이 성분이 천안함 선체 8곳에서 발견된 흡착물과 어뢰의 프로펠러, 조종장치에 남아 있는 흰색 흡착물에서 동일한 비율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성분 분석 기법인 에너지분광기 분석과 X선회절기 검사에서도 양측 모두에서 동일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윤덕용 합조단 공동단장은 천안함 함수 절단면의 부식 정도와 어뢰 조종장치의 철분 부식 정도가 비슷한 점도 이 어뢰가 천안함 침몰 시와 비슷한 시점에 해저에 가라앉았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윤 단장은 “함수의 경우 한달 정도 수중에 있었으며 어뢰의 프로펠러와 추진부, 조종장치는 한달반 정도 해저에 있었다”며 “부식 정도를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같은 시기에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조사 결과 발표 시 비슷한 부식 정도를 보여주는 천안함 함수의 파편은 공개되지 않았다.

◇쌍끌이 어선의 개가=당초 합조단은 어뢰의 프로펠러나 추진부 등을 발견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쌍끌이 어선을 동원해 집요하게 사고 해저를 샅샅이 뒤진 결과 예상치 않은 증거물을 낚아올린 것이다. 쌍끌이 어선을 동원한다는 아이디어는 공군으로부터 얻었다. 합조단 과학수사분과장 윤종성 장군은 공군 전투기가 해상에 추락할 경우 쌍끌이 어선을 동원, 잔해물을 수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선을 동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쌍끌이 어선 대평호의 김남식 선장은 “작업이 상당히 힘들었다”며 “어망도 수차례 특수 제작했고 통상 하루 서너번 하는 작업을 여덟번까지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물망 제작에만 1주일이 걸렸다. 30여년간 쌍끌이 어선을 운영해온 김 선장은 합조단원들이 프로펠러를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여러 차례 들었지만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15일 오전 그물에 걸린 프로펠러를 봤을 때 전문지식은 없었지만 바로 이것이구나 했다”며 “천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합조단은 침몰 해역을 25개 구역으로 촘촘히 나눠 5월 10일부터 집중적으로 수거 작업을 벌였다.

◇CHT-02D 어떤 어뢰인가=천안함 사고 해역에서 수거된 프로펠러에 4개의 날개가 있고 프로펠러에서 연결축까지의 길이가 112㎝인 점 등 국방부가 출처를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수출용 무기소개 책자에 수록된 CHT-02D 설계도와 일치한다. 이 어뢰는 음향항적 및 음향 수동추적 방식을 사용하는 어뢰로 공격 대상 함정에서 발생하는 음향을 감지해 접근한 뒤 폭발한다. 직경은 53㎝이고 길이는 7.35m, 무게는 1.7t, 폭발장약은 250㎏에 달하는 중어뢰다. 북한이 자체 개발했다는 설도 있지만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수출한 MK46 어뢰를 토대로 공산권에서 개발한 것을 북한이 수입해 기능을 높인 어뢰라는 설명도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