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정황도 외부 충격 방증… “좌초·내부 폭발 아니다”
입력 2010-05-20 18:42
민·군 합동조사단은 20일 결정적 증거인 북한산 어뢰의 잔해 말고도 천안함이 북한 어뢰의 공격을 받았다는 증거 정황을 추가적으로 제시했다. 이들 정황은 일각에서 제기된 좌초나 내부 폭발이 아니라 거대한 외부 폭발로 천안함이 침몰했음을 방증하는 것들이다.
◇생존자 및 초병의 증언, 시신 검안 결과=합조단은 우선 천안함 생존자와 사고 당시 백령도 해안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초병의 진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어뢰에 의한 공격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생존자들은 거의 동시적으로 1∼2회의 폭발음을 들었다고 공통적으로 진술했다. 또 폭발 충격으로 쓰러진 천안함 좌현 쪽에 근무하던 견시병(경계병)의 얼굴에 물이 튀었고, 백령도 해안 초병 역시 2∼3초간 높이 약 100m의 백색 섬광 기둥을 관측했다고 진술했다. 수중 폭발 충격으로 순간적으로 거대한 물기둥이 치솟아 올랐고, 이 물기둥이 흰색의 섬광 기둥으로 보였다는 게 합조단의 설명이다.
합조단은 또 천안함 사고 희생자의 시신 검안 결과도 수중 폭발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시신에는 만약 천안함 내부 폭발이 있었을 경우 남아 있을 법한 화상이나 파편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또 다수 시신에서 골절과 열창(피부가 찢겨 생긴 상처)이 발견된 것에 비춰 외부에서 충격파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골절과 열창은 이전에 버블 효과에 의한 함선 사고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 상처라는 것이다.
◇지진파 및 공중 음파, 조류 흐름=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파와 공중 음파 분석 결과 또한 수중 폭발 증거로 제시됐다. 지진파는 모두 4개 관측소에서 진도 1.5 규모로 감지됐으며, 공중 음파는 11개 관측소에서 1.1초 간격으로 2회 감지됐다.
지진파가 감지됐다는 것은 내부 폭발일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이고, 공중 음파가 두 차례 감지됐다는 것은 1차로 수중 폭발에 이어 2차로 버블 효과에 의해 추가적으로 진동이 생겼음을 추정케 한다. 만약 좌초에 의한 절단이라면 지진파 1회는 잡혀도 공중 음파가 2회 감지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사고 당시 백령도 근해의 조류 흐름이 빨라 어뢰로 공격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됐으나 합조단은 “조류를 분석한 결과 어뢰를 활용한 공격에 제한을 줄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천안함 잔해와 시뮬레이션 결과=인양된 천안함의 외관 분석 결과 선체를 지탱하는 용골(배의 밑바닥을 선미에서부터 선수까지 가로질러 배를 세로로 지탱하는 뼈대)과 외판이 위쪽으로 심하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갑판 역시 좌현측이 위쪽으로 변형돼 있었다. 이는 선체 좌현 아래쪽에서 폭발 등 충격이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합조단은 설명했다.
아울러 배 밑바닥에서 강한 수압 및 버블이 있었다는 흔적도 관찰됐다. 또 선체 내부에 있던 전선이 모두 절단된 상태로 발견됐지만, 뜨거운 열로 인한 절단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뤄 내부 폭발이 아니고, 또 공격무기가 선체에 닿지 않고 수중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됐다.
합조단은 또 수차례 수중 폭발 시뮬레이션 결과도 수중 폭발에 의한 침몰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시뮬레이션은 과연 함체에 무기가 직접 닿지 않고 몇 미터 떨어진 상태에서 수중 폭발이 일어나도 1200t급 초계함이 두 동강 날 수 있느냐를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합조단은 구체적 실험 방법까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일련의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물속 6∼9m에서 폭발량 TNT 200∼300㎏ 규모로 폭발이 일어날 경우 근처의 함선이 두 동강 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북한 잠수함 및 주변국 잠수함 이동=합조단은 천안함 침몰이 잠수함정에 의한 공격이며, 사고 당시 잠수정 이동은 북한이 유일했다는 점에서 북측에 의한 공격이라고 결론내렸다.
합조단은 한반도 주변국들의 잠수함정 이동 및 활동 내역을 조사했고, 이 내역을 파악한 결과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의 잠수함정은 자국의 모(母)기지나 주변 해역에만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북한 잠수함정은 사고 수일 전 서해에 있는 북한 해군기지를 이탈했다가 천안함 침몰 며칠 후 기지로 복귀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