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식 선거’ 후유증 교육감 후보들 잇단 사퇴

입력 2010-05-20 19:06

각 시·도 교육감 후보들 가운데 사퇴하거나 단일화 행보를 보이는 사례 잇따르고 있다. 광역 및 기초 단체장이나 의원 등에 비해 유난히 교육감 후보들의 도중하차가 잦은 이유에 대해 투표용지 게재 순서에 따라 당락이 크게 영향을 받는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의 문제점 때문에 빚어진 ‘이상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후보등록 이후 서울과 경북, 전남에서는 일부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했고 인천에서는 후보 2명이 사퇴했다.

전남에서는 서기남·윤기선 후보가 20일 신태학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전남교육감 후보는 애초 7명에서 5명으로 줄어들었다. 앞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곽노현·박명기 후보는 19일 곽 후보로 단일화하는 데 합의했다. 보수진영에서도 후보 단일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천시교육감 선거에서도 후보자 7명 가운데 김실·유병태 후보가 지난 17일과 18일 각각 사퇴했다. 3명이 출마한 경북도교육감 선거도 이영우·김구석 후보 간 2파전으로 압축됐다. 이는 김구석·이동복 후보가 지난 19일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제주도에서도 양창식·부태림 후보가 단일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도사퇴하거나 단일화를 한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무관심, 다자대결 구도에서 오는 비슷한 성향 후보 간의 공멸, ‘리틀 MB 교육감’ 또는 ‘전교조 교육감’ 탄생을 막아야 한다는 등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후보들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순서 추첨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자 출사표를 거둬들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일 현재까지 사퇴한 교육감 후보들 가운데 당선에 유리한 영남지역 1번이나 호남지역 2번으로 투표용지 게재 순서가 정해진 후보는 한명도 없다.

교육감 후보들은 등록시 5000만원을 선관위에 냈지만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선거포스터와 공보 제작이나 선거운동원 비용 등으로 수억원을 써야한다. 투표자의 15%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비용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지만 득표율 10∼15% 미만을 획득하면 절반을, 10% 미만은 선거비용을 돌려받을 수 없다. 따라서 득표율에 유리한 순서를 뽑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후보등록을 했다가 선거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이합집산이나 사퇴를 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 선관위 관계자는 “정당 추천을 배제하고 추첨으로 순번을 정하는 현행 교육감 선거시스템으로는 후보 난립과 중도사퇴의 악순환을 막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후보들이 투표용지 게재 순서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육공약과 정책으로 선택받을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