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극단의 삶을 살았던 ‘화가’ 고흐에게 성경의 의미는

입력 2010-05-20 17:27


고흐의 하나님/안재경/홍성사

‘칠흑같이 어두운 배경 속에 두꺼운 성경 한 권이 펼쳐져 있다. 이 성경은 빈센트의 부친 책상 위에 늘 펼쳐져 있던 가보(家寶) 성경이다. 성경 옆에 촛대가 있는데 촛불은 이미 꺼져 있다. 두꺼운 성경 아래쪽에는 얇은 소설이 놓여 있다. 에밀 졸라의 ‘삶의 기쁨’이란 소설이다. 성경과 소설의 대조가 두드러진다. 빈센트는 부친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무엇이 급했던지 부랴부랴 이 정물화를 그리고는 집을 떠나 정처 없이 이곳저곳 떠돈다.’

네덜란드 화가로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빈센트 반 고흐가 1885년 완성한 ‘성경과 소설이 있는 정물’이란 그림의 설명이다. 기괴하고 극적 삶을 살았던 고흐의 그림에 성경이 놓여있는 정물화와 초상화가 그렇게 많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흥미롭다.

1877년 네덜란드 도르트레흐트에서 서점 직원으로 지내면서 쉬지 않고 성경을 읽었던 고흐. 성경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했던 그. 영국으로 건너가 외국서 온 수많은 이주민들과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가장 사랑했던 성경 구절은 고린도후서 6장 10절이었다.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여자 광부들’ ‘시립 로터리 사무실’ ‘예배 드리는 회중’ 등의 그림에서는 민중을 바라보는 그의 독특한 시각이 담겨있다. 고난의 영성과 성육신의 실천, 위로하시는 하나님이 선명히 드러난다.

기독교 신자로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고흐의 최후다. 조울증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결국 자살로 비극적 삶을 마감했던 고흐와 초기 전도자로서의 삶은 너무 큰 이질감으로 다가온다. 가난한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려고 그림을 그려온 삶이 마지막 죽음의 방식으로 인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에 대해 신앙의 환상을 깨라고 말한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을 모두 받아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형태의 죽음을 맞든지 겸손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학적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저자는 피해가지 않는다.

성경과 고난, 흙의 신학, 종교의 본질, 자아 존재감, 하나님과의 합일, 감사와 위로 등 결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신학적 주제를 그림 80점과 함께 설명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