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태어나기 전 엄마 아빠의 모습이 궁금해∼

입력 2010-05-20 17:36


우리 아빠, 숲의 거인/위기철 지음·이희재 그림/사계절

‘생명이 들려준 이야기’ ‘아홉살 인생’ ‘반갑다, 논리야’ 등을 쓴 위기철 작가가 8년 만에 내놓은 동화. ‘나는 어떻게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엄마 아빠는 어떻게 만났지?’ 아이들은 한 번쯤 이런 궁금증에 빠져봤을 것이다. 한 울타리 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지내는 가족에 대해 알고 싶은 게 한둘이 아니다. 특히 자신이 태어나기 전 엄마 아빠에게 있었던 일은 여간 궁금하지 않다.

‘우리 아빠, 숲의 거인’은 아빠 엄마가 어떻게 만나 내가 태어났는지를 지금의 ‘나’가 들려주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퇴근길에 해적들을 만나 숲으로 도망쳐 온 엄마를 숲의 거인인 아빠가 구해준다. 엄마 아빠는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결심하지만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한다. ‘덩치가 너무 커’ ‘발이 더러워!’ ‘몸에서 냄새가 나!’…. 아빠가 못마땅한 이유는 수백 가지가 넘는다. 상심한 엄마는 눈물만 뚝뚝 흘리고, 아빠도 엄마가 그리워 날마다 울부짖는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한 엄마 아빠는 아파트에서 살게 된다. 아빠는 숲에 살고 싶었지만 엄마는 숲에 살면 전등을 켤 수 없고, 옷에 흙이 묻고, 벌레가 너무 많고, 세탁기와 극장도 없다는 등의 이유를 나열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숲에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숲의 거인인 아빠는 아파트와 도시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점점 왜소해 진다. 씩씩하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고 인형처럼 작아져 넋이 빠진 아빠를 발견한 엄마는 잘못을 깨닫고 아빠가 원래 있던 자리인 숲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내가 태어나고 엄마와 아빠, 나는 “노을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사랑을 나누며 정겹게 살아간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만나 가족이 되는 신비한 만남의 이야기 속에는 풍자와 교훈이 들어있다. 우리의 삶은 거대하고 소중하지만 획일화된 사회에서는 존재가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뒤틀린 삶에서 벗어나 자연적인 존재로서 우리의 본성을 되찾자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그림은 어린이 만화잡지 ‘보물섬’에 ‘악동이’를 연재했고 ‘해님이네 집’ 등으로 유명한 이희재 화백이 그렸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