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공매도 금지… 글로벌 금융 또 출렁

입력 2010-05-19 18:45


불안은 전염 속도가 빠르다. 움츠린 금융시장은 뉴스 하나하나에 격렬하게 반응한다. 민감해진 글로벌 증시는 독일의 공매도 금지 발표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유로화 가치는 한때 4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하고,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외환시장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독일 금융감독위원회(BaFin)는 현지시간으로 18일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국)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 등을 대상으로 2011년 3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유로존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와 독일 10개 금융기관 주식이다. 공매도는 주식, 채권 등 현물이 없는 상태에서 시장 하락을 예상하고 미리 매도한 뒤 낮은 가격에서 현물을 되사 갚는 투기적 거래다.

유로화는 급락했다. 달러 대비 유로화는 1.2142달러까지 떨어져 2006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연합(EU)의 금융 규제가 예상 외로 빠르게 진행될 조짐을 보이자 자금이 달러화, 금 등 안전자산으로 쏠렸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 대비 18.50원 오른 1165.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월 8일(1171.9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13.16포인트(0.80%) 내린 1630.08로 마감했다. 미국 증시 하락 소식에 약세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한때 1600선 붕괴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4.07포인트(0.81%) 내린 500.45로 장을 끝냈다.

공매도 금지는 시장 안정화를 위한 수단이다. EU 국가들은 헤지펀드가 위기 확산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고 토빈세(단기 투기적 금융 거래에 부과하는 금융거래세) 도입 등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매도 금지가 나온 것이다.

특히 금지 대상에 유로존 국가가 발행한 채권의 CDS(채무자의 채무 불이행 위험에 대비해 거래하는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를 넣은 것은 헤지펀드를 겨냥한 조치다. 최근 독일 프랑스 영국의 CDS 잔액이 급증하고, CDS 프리미엄이 상승하는 이면에 헤지펀드의 공매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시장은 공매도 금지 발표를 ‘금융 불안의 현실화’라고 확대 해석하고 있다. EU가 내놓은 해결책은 빚을 빚으로 갚는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고, 독일 프랑스 영국으로 위기가 옮겨간다는 우려가 확신 쪽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유로존이 이번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때까지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증권 이상재 투자전략부장은 “유로존, 특히 독일 프랑스 영국이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물경제 지표가 나올 때까지 불안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