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기금사업 제대로 되나… 성과관리 강화 세출 구조조정까진 못미쳐
입력 2010-05-19 18:28
“그리 짜게 (평가)하는 법이 어딨나, 거 참….”
지난 13일 정부과천청사 기획재정부 뒤뜰. 관악산으로 난 산책로 부근에서 마주친 A부처 공무원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는 부처별 재정·기금사업평가가 진행 중인 재정부 8층을 다녀온 뒤였다. 정부가 저평가를 받은 사업·기금의 예산 삭감이나 폐지 검토 등 지출관리를 옥죄기 시작하자 생겨난 관가 풍속도다. 재정사업 성과관리는 강화됐지만 본격적인 세출 구조조정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지출관리는 엄격해졌지만=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아직도 예산에 낭비가 많다. 비효율적으로 집행되고, 부처 이기주의에 의해 중복되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산을 편성할 때부터 효율성에 관심을 두고, 모든 재정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이후 재정부는 각 부처의 재정사업자율평가 결과를 제출받아 검증작업에 들어갔다. 132개 기금사업에 대한 검증 결과 부처의 호평과 달리 ‘미흡’ 이하 등급이 내려진 것은 무려 3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흡 판정시 수정평가를 통해 등급 개선이 없을 경우 3년 연속 10% 이상 예산 삭감원칙이 적용되고, ‘매우 미흡’은 상황에 따라 사업폐지까지 검토된다.
농림수산식품부의 경우 제출한 23개 기금사업에 대한 재정부 검증 결과 전체의 43%가 넘는 10개 사업이 미흡 판정을 받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9일 “자체 평가에선 미흡이 없었다”며 “재정운영 자체가 긴축으로 흐르고 있어 평가기준이 엄격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 노동부와 교육과학기술부도 대거 자체평가와 상반된 미흡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겉도는 성과관리 지적도=대통령까지 나서서 예산 편성에서 집행까지 효율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 과정에선 여전히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세욱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평가 결과가 ‘미흡’이면 10% 삭감이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며 “남유럽 위기에서 확인했듯 재정건전성 관리가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도 구호에 그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업평가 결과와 올해 예산반영 내용을 분석한 결과, 노동부가 진행한 ‘여성·고령자 고용촉진 컨설팅기금’의 경우 ‘매우 미흡’ 등급을 받았지만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15억원 늘어난 33억원이 편성되는 등 평가 결과와 예산편성이 겉돌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부처별 사업 담당자도 평가 자체에 익숙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지난해부터 실무담당자들이 평가와 예산의 연계가 강해지고 있다고 피부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