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보험公 심사 얼마나 허술하길래… 유령회사에 100억 대출

입력 2010-05-19 18:31

수출 중소기업에 대출금을 지원해주는 수탁보증제도를 악용해 100억원대의 대출금을 가로챈 일당이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한국수출보험공사의 수탁보증제도를 이용해 은행에서 거액의 대출금을 받은 뒤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권모(55)씨 등 8명을 19일 구속했다. 경찰은 고의로 부도를 낸 무역회사 대표 유모(4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권씨에게 명의를 판 노숙인 임모(47)씨 등 26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권씨 등은 2006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8개 은행으로부터 46차례 무역금융 대출금 100억원을 받은 뒤 고의로 부도를 낸 혐의다.

이들은 서울역 노숙인 등에게 500만∼3000만원을 주고 명의를 산 뒤 유령 회사를 만들거나 부도 직전의 회사 11곳을 찾아가 대출금의 20∼30%를 주겠다고 유혹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수탁보증제도는 2000년 도입된 것으로 한국수출보험공사가 대출금의 80%를 보증하고, 은행은 20%를 부담한다.

권씨 등은 한국수출보험공사로부터 대출 업무를 위임받아 처리한 은행들의 대출 심사가 허술한 점을 노렸다.

은행들은 대출 시 대출금의 20% 이상을 예치하도록 했기 때문에 대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의 손해는 한국수출보험공사가 떠안게 돼 있었다.

경찰은 한국수출보험공사가 수탁보증제도로 입은 누적손실이 1471억원이며, 이 가운데 부정대출 사고 금액은 2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