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50% 직매입 판매로 백화점 가격 거품 뺀다… ‘NC백화점’ 6월 3일 개장
입력 2010-05-19 18:26
백화점이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최근 영국 데벤함스백화점이 국내에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이랜드그룹은 국내 첫 ‘직매입’ 백화점을 열고 ‘빅3 체제’에 도전한다. 백화점이 매장을 업체에 임대하고 수수료를 받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직접 구매해 소비자에게 싸게 팔겠다는 것이다. 가격경쟁력과 상품구색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서구에서는 대중화돼 있지만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재고관리 부담 때문에 도입을 꺼려 왔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이랜드의 ‘실험’이 롯데 현대 신세계 3대 백화점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상흔 이랜드리테일 대표는 19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달 3일 서울 장지동 복합쇼핑몰 가든파이브에 국내 최초로 직매입 방식의 백화점인 ‘NC백화점’을 개장한다”고 밝혔다. 백화점은 가든파이브 5개 건물 중 라이프관과 영관에 들어서며 영업면적 6만9500㎡(2만1000평)에 지하 5층(주차장)·지상 11층 규모다.
‘NC’는 기존 아웃렛 명칭인 ‘뉴코아(New Core)’에서 따왔다. 개장 후 1년간 259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3년 내 연매출을 4000억원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NC백화점은 ‘매스티지(대중적인 명품) 백화점’을 표방한다. 직매입 상품을 50% 이상으로 늘려 시중보다 최대 40%가량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선보일 방침이다.
샤넬, 코치, 프라다, 구찌 등 해외 유명 브랜드를 모아놓은 330㎡(100평) 규모의 편집매장 ‘럭셔리 갤러리’에선 명품을 일반 백화점 대비 20∼40%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광희, 홍은주, 장광효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독자 브랜드도 10분의 1 가격에 선보인다. 기존 대형마트의 PB(자체상표) 제품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을 높인 DPL(백화점 프리미엄 상표) 제품도 대거 내놓는다.
입점 업체의 수수료는 25% 수준으로 정했다. 일반 백화점보다 10% 포인트가량 낮은 수치다. 오 대표는 “향후 직매입 비중을 더욱 높여 대다수 국민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백화점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신규 출점과 기존 아웃렛 점포 전환을 통해 올해 말까지 10개의 백화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직매입 방식의 백화점은 서구에선 대중화돼 있다. 미국 메이시백화점은 직매입 비중이 40% 이상이고, 영국 막스앤스팬서는 전체 상품을 자체 제품으로 구성하고 있다. 최근엔 영국 데벤함스백화점이 독자브랜드와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연말까지 국내에 직매입 방식의 백화점 4곳을 개장한다고 밝혔다.
김병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매장을 임대해 수수료를 받아 운영하는 백화점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방식”이라며 “백화점이 상품을 직매입해서 판매하고 재고부담까지 떠안게 되면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백화점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랜드의 실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중심의 운영은 한계가 있어 백화점마다 글로벌 소싱 비중을 늘리는 등 직매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재고부담이라는 숙제가 있어 (수수료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유니클로같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판매한다면 성공하겠지만 직매입으로 인한 가격경쟁력만을 내세우거나 자사 제품 위주로만 판매한다면 시장 공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