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핵 반출합의안 퇴짜… 고강도 추가 제재안 제출
입력 2010-05-19 18:16
미국이 18일 이란의 핵 프로그램 추진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을 유엔에 전격 제출했다. 이란 제재에 소극적이던 중국과 러시아까지 동조했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 양보안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나온 초강경 대응 카드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제재안은 탱크 전투기 전함 등 8가지 종류의 중무장 무기를 이란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관련 은행에 대한 제재 등을 담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관련 화물을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체제 방안 마련, 우라늄 채굴 등 핵 활동과 관련해 해외에 투자하거나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모든 활동에 대한 금지 등도 포함됐다.
미국의 한 관리는 “이번 결의안은 혁명수비대를 포함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여러 활동을 집중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으로 강력한 결의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상·하원도 이란 제재법안을 이달 중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이번 추가 제재안은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과 독일이 이미 합의한 상태이고, 10개 비상임이사국에도 이미 회람돼 세부사항 조정을 거친 뒤 이르면 다음달 통과가 확실시된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강경 조치는 터키와 브라질의 중재로 이란이 내놓은 양보안이 유엔의 제재를 무마하기 위한 시간벌기용에 불과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이 내놓은 양보안은 자국이 보유한 3.5% 농도의 농축 우라늄 1200㎏을 터키로 반출하고, 의료용 원자로 가동에 필요한 20% 농도의 농축 우라늄 120㎏으로 돌려받는 것이다. 서방세계의 뜻대로 농축 우라늄의 해외 반출을 이란이 수용한 모양새다.
그러나 돌려받기로 한 20% 농도의 농축 우라늄은 가공 과정을 통해 80% 이상의 농도로 만들 경우 핵무기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더구나 이란이 20% 농도의 농축 우라늄 생산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데다 이란이 보유한 농축 우라늄이 계속 늘고 있어 미국으로선 이란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