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차 앞세워 ‘속도전 진압’…6명 숨져
입력 2010-05-20 00:35
태국 정부의 반정부 시위대(UDD·일명 레드셔츠) 강제진압 작전으로 2개월간 이어진 유혈시위 사태는 일단 끝났다. 하지만 정국 안정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당분간 국지적인 산발 시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떨어진 국제적 신뢰도,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숙제로 남아 있다.
◇장갑차 앞 세워 진압=태국군은 동이 트자마자 시위대 점거지로 모였다. 오전 10시40분(현지시간) 태국 군경은 장갑차 2대를 이용해 점거지역의 남쪽인 살라댕 교차로 인근에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밀어냈고 번화가인 라차프라송 진입에 성공했다. M16 소총으로 무장한 군경은 실탄과 최루탄을 쏘며 강제해산 작전을 폈고, 시위대는 폐타이어에 불을 지르고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격렬히 맞섰다. 이 과정에서 6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부상하는 등 사상자가 속출했다. 군은 폭탄 등 무기류를 압수하고, 시위대 다수를 체포했다. 대형 쇼핑센터인 센트럴 월드 등 20여곳에서 방화가 발생했고, 일부 쇼핑센터에선 약탈 행위가 이어졌다.
◇‘눈물의 항복 선언’=시위대 지도부가 항복한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사상자 발생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시위대엔 여성과 어린이가 많았다. 이들이 희생될 경우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시위대 지도자인 웽 토지라칸은 눈물을 흘리며 “추가 인명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시위 종료를 선언했다. 시위대가 라차프라송 인근 주민들과 충돌하면서 시민들의 시선도 싸늘해졌다.
정부도 여유가 없었다. 빠른 사태 수습을 하지 못해 70여명이 숨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경제적 손실도 컸다. 태국상공회의소(TCC)는 시위 장기화로 전날까지 2100억 바트(약 7조4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총생산(GDP)도 0.5~2.3%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관광객 감소는 물론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와 자본이탈 움직임도 감지됐다.
◇안심하기엔 일러=태국 정정이 안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방콕 일부 지역과 지방 곳곳에서는 진압작전에 반발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 지도부 처벌을 놓고 정부와 반정부 시위대 간 공방도 예상된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정부의 시위 강제진압이 반정부 지지자들의 반감만 더 키웠을 거라고 전망했다. 시위대의 실질적 지도자 탁신 치나왓 전 총리는 로이터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강제진압은 시위대의 반발만 더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시위대는 게릴라전을 펼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