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독서운동 ‘백권클럽’ 활활… 소비→지성 ‘문화바꾸기’ 목표 지난 1월 결성
입력 2010-05-19 18:09
독서운동이 기독 학생들을 중심으로 서울 대학가에 확산되고 있다.
연세대 이화여대 광운대 학생 20여명은 지난 1월 1년에 책을 100권 읽자는 ‘백권클럽’을 발족했다. 학생들은 같은 기독 동아리에 속했거나 교회에서 만나 알고 지내던 이들이다. 백권클럽은 태생이 자발적이다. 교수 주도로 학생들에게 독서를 권하는 모임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독서운동과는 다르다.
학생들이 독서운동을 하려는 이유는 뭘까. 백권클럽 연세대 대표 임다름(07학번·세라믹공학과)씨는 “전공서적만 읽는 기계적 학습에 회의를 느꼈다.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지성과 영성을 살찌우고 싶었다”고 답했다. 백권클럽 멤버들이 추구하는 이상은 독서를 통한 지성운동, 나아가 영성운동이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한 달여간 동계훈련도 가졌다. 책 30권을 선정해 매일 한 권씩 읽고 소감을 나누며 독후감도 썼다. 결과는 놀라웠다. 김다애(06학번·이화여대 국어교육과)씨는 “책을 읽는 속도가 빨라졌고, 글 쓰는 능력도 향상됐다”며 “사고가 깊어지고 세계관이 확장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프랜시스 A 쉐퍼의 ‘쉐퍼의 편지’ ‘거기 계시며 말씀하시는 하나님’ ‘이성에서의 도피’ 등 3권을 가장 유익한 책으로 꼽았다.
백권클럽은 외연을 넓혀가는 중이다. 개학과 함께 매주 화요일 저녁모임을 갖고 독서토론, 외부인사 초청 특강도 하고 있다. 지금은 비기독교인 학생들까지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백권클럽은 선교단체는 아니다. 독서운동을 통해 소비와 향락에 길들여진 대학 문화를 지성으로 바꿔보자는 게 첫 번째 목표다. 그러나 이들이 선정한 도서 가운데는 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 같은 기독교 명저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영성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클럽은 100권 선정위원회 위원 100명을 모집 중이다. 현재 교수, 목회자, 정치인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할 뜻을 밝혔다. 백권클럽 홈페이지(club.cyworld.com/books100)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리더는 읽는 자다(Leader is Reader).’
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