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삶이다
입력 2010-05-19 17:57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은 학계에 ‘통섭(統攝)’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인문학과 자연과학, 예술의 고립화를 극복하고 대통합을 꾀하자는 게 통섭이다. 그의 업적은 또 있다. ‘생물다양성’이란 책을 통해 생물다양성을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킨 것이다.
생물다양성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 형태의 다양성, 생태계의 다양성을 일컫는다. 생물체는 1000만 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름이 붙여진 것이 200여만 종이다. 우리나라에는 10만여 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2008년 현재 3만3000여 종만 밝혀진 상태다. 생물체에 대한 조사가 아직 미흡하다는 의미다.
‘스피룰리나’라는 생명체가 있다. 길이가 400㎛(마이크로미터) 정도로 겉모습이 세균과 흡사하나 단백질 함량이 높아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의해 미래의 식품으로 지정됐다.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능력이 있어 지구온난화 해결사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생물다양성은 식품과 의약품, 에너지의 자원이다. 쾌적한 환경을 선사해주는 것은 물론이다.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방치할 경우 장기적으로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은 금단의 땅 DMZ(비무장지대)다. 50년이 훨씬 넘도록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서 동식물들의 천국이 됐다. 인간 활동이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을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1년에 평균 2만6000여 종이 사라졌다는 통계도 있다.
올해가 유엔이 정한 세계 생물다양성의 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생물다양성은 생명이요,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삶”이라고 말했다. 정확히 짚었다. 정부는 생물다양성의 해 기념사업을 범국가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한국조직위원회를 지난 3월 말 출범시켰다. 이번 주가 생물다양성 주간이다. 오늘 환경부 주도로 기념식과 심포지엄이 열리며, 코엑스에 홍보관이 설치된다고 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사진전이나 습지 생태교실 등의 행사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국민 홍보는 부족해 보인다. ‘녹색성장’을 내걸고 있으면서 정부가 생물다양성의 손실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천안함 여파 때문인가, 아니면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 때문일까?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