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에 ‘번개’가 번쩍 “날 잡아봐!”… 대구국제육상대회, 우사인 볼트 100m 9초86으로 우승

입력 2010-05-20 00:22


2010 대구국제육상대회에선 아쉽게 세계 신기록도, 한국 신기록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경기가 열린 19일 대구스타디움은 2시간 동안 뜨거운 함성으로 들끓었다.

장대높이뛰기 선수들이 뛰어오를 때는 가슴 졸이다가도 전력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선수들을 보고선 가슴이 뻥 뚫렸다. 관중들은 선수가 박수를 유도할 땐 뜨거운 호응을 보내줬고, 트랙 종목 출발 30초 전부터는 스타트 라인에 선 선수와 마찬가지로 숨죽인 채 출발 신호를 기다렸다. 선수와 관객이 혼연일체가 되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남자 100m에서는 예상대로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9초86의 대회신기록으로 여유있게 우승했다. 지난해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이 작성한 세계기록(9초58)에는 모자랐지만 올해 첫 100m 레이스인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볼트는 경기 후 “전체적으로 기분좋은 레이스였다”며 “내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여세를 몰아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여호수아가 자신의 최고기록에 0.001초 늦은 10초48의 기록으로 6위를 차지했다. 임희남과 김국영은 각각 10초59와 10초74에 그쳤다.

여자 100m에서는 현역 최고기록(10초64) 보유자인 카멜리타 지터(미국)가 11초00을 찍으며 베이징올림픽 200m 금메달리스트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자메이카·11초05)을 따돌렸다. 지터는 “팬들의 뜨거운 응원 열기가 레이스에 도움이 됐다”고 관객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세계 최강자들이 대거 출전해 관심을 모은 남자 110m 허들에서는 데이비드 올리버(미국)가 13초11의 대회신기록으로 우승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선 남자 세단뛰기의 김덕현과 남자 창던지기의 박재명, 여자 멀리뛰기의 정순옥이 나란히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세 선수 모두 자신의 최고기록에는 미치지 못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선 최윤희가 4m20을 넘은 뒤 한국 기록보다 5㎝ 높은 4m40에 도전했지만 3번 모두 실패했다. 한국신기록 보유자인 라이벌 임은지는 4m20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대구=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