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 쌍끌이 어선 결국 ’스모킹 건’ 건져올렸다
입력 2010-05-19 04:17
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이 한글이 새겨진 어뢰 스크루 파편을 찾아냄에 따라 천안함 침몰이 북측 소행임이 한층 명확해졌다.
당초 지난주만 해도 합조단은 정황적인 증거와 일부 증거물을 통해 북한의 소행임을 추정할 수는 있었지만 북한의 소행임을 결정적으로 밝혀줄 단서를 찾지 못해 초조해했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지난 주말 반전됐다. 사고조사결과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사고해역에 투입된 쌍끌이 어선이 어뢰의 추진체로 보이는 스크루의 파편을 건져냈기 때문이다.
스크루 파편은 알루미늄이 주 재질로 합금성분을 충분히 조사할 수 있을 만큼 크기도 작지 않았다. 게다가 스크루의 추진축과 날개의 일부분으로 보이는 파편에는 한글이 새겨져 있었다. 한글 내용에 대해 합조단은 함구하고 있다. 어뢰의 스크루는 통상 수상함이나 잠수함에 쓰이는 것과는 재질과 모양이 다르다. 목표물에 대한 공격 시 추진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재질이나 모양을 특수하게 제작한다. 특히 서방에서는 어뢰 스크루의 재질로 플라스틱 종류를 사용하지만, 공산권에서는 특수 알루미늄을 사용한다. 이번에 수거된 스크루는 알루미늄 합금인 데다 합금 방법이 정교하지 않고 조잡해 서방에서 제조된 것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관계자는 18일 “알루미늄 합금이 최근에 제조된 것은 아니고 조금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이 최근 도입한 최신형 서방어뢰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공산권에서 주로 사용하는 알루미늄 재질의 스크루가 달린 어뢰를 사용했을 것”이라며 “스크루의 성분 분석으로 어느 지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북한이 미국 등 서방 무기거래 감시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최근 도입한 어뢰가 아니라 오래전에 중국이나 구소련이나 러시아로부터 사들인 어뢰를 사용했다면 알루미늄 합금 상태가 조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북한이 자체 개발한 어뢰일 수도 있다.
합조단은 어뢰의 외피를 이루고 있는 금속 파편들의 재원에 대해서도 밝힐 예정이다.
통상 어뢰 외피는 두랄루민이라는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한다. 어뢰를 사용하는 나라마다 알루미늄의 소재나 합금 비율이 다르다. 중국에서는 중국산 알루미늄이나 일본산 알루미늄을 수입해 쓰고 러시아제는 중앙아시아산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인양된 천안함의 디젤기관에 대한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디젤기관의 손상여부를 살펴보면 근접 폭발한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됐는지 아니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디젤기관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이어서 이번 결과보고서에 담길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발표문에는 이 같은 물증과 함께 북한 잠수함과 잠수정의 움직임 등 정황적인 증거들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