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준 안산지원장 “매달 세차례 야간재판 서민 돕는 법정됐으면…”

입력 2010-05-18 22:29


수원지법 안산지원이 법원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야간법정을 개정했다. 그동안 낮 시간대에만 열리던 재판이 밤에도 열리게 된 것이다. 사실상 시범케이스다. 각급 법원의 이목을 끌고 있는 안산지원의 이런 실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17일 저녁 기자와 만난 김흥준 안산지원장은 야간법정을 “국민 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제도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생업 때문에 낮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소송 당사자들의 권리를 위해 업무가 끝난 저녁시간대에 재판을 해보자는 것이다.

야간에 재판을 열자는 아이디어는 소송가액 2000만원 미만 소액재판 등을 맡고 있는 김 지원장이 먼저 냈다. 소송 당사자로부터 “낮에는 막노동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밤에 재판을 할 수 없겠느냐”는 얘기를 듣고 난 이후였다. 이미 법적 근거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김 지원장은 판사들에게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공감대가 이뤄졌다. 공장과 사무실이 밀집한 관할 구역 특성상 오전 또는 오후 재판에 출석이 어려운 근로자가 많다는 점과 지난해부터 ‘25시 시청’ 사무실을 운영하는 등 야간 민원 서비스를 도입한 경기도 안산시의 시도도 자극이 됐다.

야간법정을 열 수 있는 근거는 이미 20년 전 마련돼 있었다. ‘판사는 필요한 경우 근무시간 외 또는 공휴일에도 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 소액사건심판법 7조2다. 1990년 개정된 법률이지만 그동안 묻혀 있었다.

안산지원의 야간재판은 매달 세 차례 열린다. 대상은 민사소액 소송 사건이며, 원고와 피고 양쪽으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한다. 재판은 오후 7시에 시작된다.

야간재판은 주로 소송대리인이 없는 사건에 집중된다. 변호사가 있다면 낮에도 재판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야간재판이 신청된 사건은 주로 미지급 납품대금, 미반환 전세금, 미지급 임금, 미지급 소규모 공사대금 청구 소송 등 서민이 신청할 만한 사건이다.

김 지원장은 지난 14일 처음으로 야간에 법정을 열고 13건을 심리해 보니 소액사건이었지만 원고와 피고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변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김 지원장은 “밤 시간대여서 그런지 법원 전체가 조용해 심리하는데 집중이 잘되는 분위기였다”며 “야간재판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앞으로 변론 시간을 더 배려하고 화해도 좀 더 권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제 갓 시작한 만큼 어려움도 있다. 이 제도는 소송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으면 흐지부지되기 쉽다. 하지만 홍보 부족 탓인지 아직은 야간재판을 신청하는 민원인이 많지 않다는 게 김 지원장의 설명이다.

김 지원장은 “3개월마다 야간재판 신청률과 만족도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대법원에 보고할 예정”이라며 “일단 내년 2월까지는 야간재판을 꾸준히 열겠다”고 했다. 그때까지 야간개정이 오전·오후 개정처럼 기일 지정의 한 선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야간법정 제도가 다른 법원으로까지 확대될지 여부는 안산지원의 실험 결과에 달려 있다.

안산=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