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계층·이념따라 또 분단의 벽”… 이 대통령, 정 총리가 대독한 5·18 기념사 통해 지적
입력 2010-05-18 18:33
5·18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식이 18일 광주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엄수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2년째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정운찬 국무총리가 대독한 기념사를 통해 “민주 영령들의 피땀으로 성취된 우리 민주주의 제도가 그 정신과 문화에 있어서도 성숙·발전되고 있는지 거듭 성찰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남북 분단으로 숱한 비극을 겪었으면서도 지역과 계층, 이념 등에 따라 또다시 완고한 분단의 벽을 세우고 있다”면서 “민주주의의 출발점인 생산적 대화와 토론이 뿌리내리지 못했고, 법을 무시한 거리의 정치와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기대는 일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중도실용주의를 거론하면서 “이것이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발전시키는 길이자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선진일류국가의 초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한국 민주주의의 연약한 싹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밑거름 삼아 우람찬 거목으로 자라났다. 광주시민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의 민주화는 평화적으로 성취됐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에는 5·18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지난해에는 한승수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해 기념사를 했다. 이 대통령은 한·방글라데시 정상회담 때문에 이번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18 30주년을 대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부도덕하다”면서 “30주년을 맞는 국가기념일인데 어떻게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을 수 있나. 기념사도 총리 기념사로 하려다 뒤늦게 대통령 기념사 대독으로 바꿨다”고 비난했다.
행사에는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민주당 정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손학규 공동선대위원장 등 여야 지도부 인사 6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현 정부가 5·18민주화운동을 폄하하고 있다며 기념식에 불참했다.
정몽준 대표 측은 5·18 기념식에 정 대표 명의로 조화(弔花)가 아닌 화환을 착오로 보냈다가 1시간 만에 알고 교체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5월 단체와 5·18 30주년 행사위는 묘지에서 300여m 떨어진 구 묘역 도로에 천막 4동을 설치하고 정치권 인사와 시민·사회·노동단체 회원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체적인 기념식을 가졌다.
노석철 기자 광주=장선욱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