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정부 “시위대와 협상 못한다”

입력 2010-05-19 00:31

태국 방콕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상원의 중재가 불발로 끝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방콕 시내를 2개월 넘게 점거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UDD·일명 레드셔츠) 지도자 나타웃 사이쿠아는 18일 “더 이상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제 상원이 제안한 협상에 참여키로 했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전날 밤 정부 측에 전화해 군인들이 사격을 멈추면 후퇴하겠다는 휴전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시위대 해산을 전제조건으로 내걸며 협상을 거부했다. 사팃 옹농태이 총리실 장관은 “시위대가 먼저 자진 해산해야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는 항상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을 지지해 왔다”며 “그러나 해외에 있는 사람(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개입으로 늘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시위대는 군이 철수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위대가 해산하면 모두 죽음을 당할 것이라며 대열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를 임시 휴일로 선포하고 19일에는 방콕 시내의 지하철 운행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도 방콕 시내는 연기와 불꽃으로 뒤덮였다. 전날 UDD 지도자 카티야 사와스디폰이 사망한 뒤 이날 새벽쯤 군이 대대적인 진압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동이 트자 시위대가 점거한 대형 빌딩에서 불꽃이 튀고 연기가 피어올라 방콕의 뜨거운 태양을 덮어버렸다. 주택가에 숨어 있던 시위 대원이 저격병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지난 13일 이후 최소 38명이 숨지고 27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군은 시위대 강제 해산에 나서지는 않고 전선을 유지하고 있다.

태국은 지금 사태의 실마리를 풀 주체가 없는 상황이다. 정쟁이 격렬할 때면 군부나 왕실이 나서 해결해 왔지만, 지금은 군도 왕실도 소극적이다.

현지 언론은 군부가 시위대 강경 진압에 미온적이라고 전했다.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와 아누퐁 파오친나 육군 참모총장 사이에 강제 진압 여부를 두고 이견이 있다는 것이다. 보안 관련 최고기구인 비상사태해결센터(CRES) 소식통은 “아피싯 총리가 군 지휘관들에게 시위대 해산을 위한 작전을 독려하더라도 군은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AP통신은 시위대가 점점 조직화되는 반면 정부군은 무능과 내분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사병들 중 시위대와 같은 농촌 지역 출신이 많은 점도 군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겉으론 군복을 입고 있어도 속으론 레드셔츠를 지지하는 군인을 ‘수박’이라 부른다고 현지인들은 전했다.

왕실의 권위도 예전만 못하다. 시위대는 푸미폰 아둔야뎃(82) 국왕의 개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침묵을 지키고 있다. 푸미폰 국왕은 지난해 9월부터 노환으로 장기 입원한 상태다.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사회도 나서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이날 태국 정부에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 데 이어,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열어 태국 사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김지방 서윤경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