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안드로이드TV·애플 4세대 아이폰 신제품 또 출시… 국내 기업 “따라가기 벅차다” 속앓이
입력 2010-05-18 18:13
국내 IT 업계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급변하는 IT 환경을 주도하지 못하고 구글이나 애플 등 외국사에 이끌려 가는 상황이다. 해외 경쟁업체들이 신제품을 내놓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데 국내 업계는 따라가기 급급하다. 특히 국내 업계가 선도해온 TV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내줄 처지다.
◇구글 신제품에 속태우는 가전업체=구글은 1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구글 개발자 회의에서 인텔, 소니와 손잡고 신개념 스마트TV인 ‘안드로이드TV’를 선보인다. TV에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것으로 기본적으로 일반 TV 방송을 볼 수 있는데다 스마트폰처럼 안드로이드마켓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쓸 수 있다. 인터넷 검색과 주문형 비디오(VOD), 인터넷 화상 전화 등 다양한 응용 서비스가 가능하다.
공동개발사인 인텔 최고경영자(CEO) 폴 오텔리니는 지난주 애널리스트들과의 대화에서 “우리가 맞게 될 혁명은 TV가 컬러화된 이래 가장 큰 변화가 될 것”이라고 새로운 TV 등장을 소개했다. 인텔은 소매 유통점에서 대규모 판매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TV는 TV 분야 선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곤혹스럽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한 스마트TV를 내놓을 경우 이미 구글과 손잡은 소니까지 포함해 세계 3대 TV 제조사가 안드로이드TV를 제작하게 되는 셈. 지금껏 유지해온 TV 제조업체의 영향력과 위상을 구글에 넘겨줘야 할 수도 있다. 반면 이 흐름을 거스르면 스마트폰처럼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양사는 이미 인터넷 검색과 인터넷 전화 등이 가능한 인터넷TV를 내놨지만 OS와 콘텐츠, 서비스가 연결된 완전한 체제는 아닌 탓에 당장 안드로이드TV와 맞붙기도 힘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업체들이 3차원(D) TV에 집중할 동안 구글, 인텔 등 TV와 상관없던 업체들의 힘이 강해졌다”며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삼성, LG의 전략 짜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 4세대 출시하는 애플, 유통사로 전락한 국내 업계=애플은 다음달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애플 개발자 콘퍼런스(WWDC)에서 아이폰 차세대 모델인 아이폰 4세대(G)를 출시한다. 올해 공급 목표는 2400만대로 알려졌다. 지난해 아이폰 판매량이 2500만대임을 감안하면 반년 만에 1년치 물량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잡은 것이다.
업계에선 이 정도 물량을 소화하려면 가격을 대폭 인하하거나 더 많은 이동통신사와 손잡아 거래선을 넓히는 방법밖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제품의 가격을 대폭 내리기보단 거래선 다변화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의 거래선 다변화는 국내 통신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KT가 현재 애플과 계약을 맺고 3세대 아이폰을 유통하고 있지만 4세대 유통에 대해선 다시 계약을 해야 한다. 애플은 ‘1국가 1통신사’ 방침을 2008년 이후 폐기하면서 아이폰 대중화 전략을 쓰고 있어 다른 통신사가 끼어들 틈은 충분히 넓다.
현재 SK텔레콤은 애플의 아이패드 출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휴대전화 시장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애플과의 협상 내용에 따라선 아이폰 4세대와 아이패드를 동시에 들여올 수도 있는 셈이다. 애플이 KT 외에 SK텔레콤 등 다른 업체에도 아이폰을 공급할 경우 KT로선 힘들게 마련해 둔 아이폰 독점 기반을 잃게 되는 셈. 통신시장의 경쟁 가열화도 피할 수 없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애플이 국내 통신사를 들었다 놨다한다”면서 “통신사가 애플 중심의 전략을 짜는 한 이런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