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GS국 재정위기 獨·英·佛로 전염되나… 3개국 신용부도스와프 잔액 급증

입력 2010-05-18 18:12

최근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서 발행된 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잔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른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리스크가 주변국에 실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CDS는 채무자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해 거래되는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이다.

18일 국제파생상품협회(ISDA)에 따르면 독일 CDS 잔액은 지난 7일 현재 714억4000만 달러로 유럽발 재정위기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2월 5일(615억 달러) 이후 1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프랑스 CDS 잔액은 448억2000만 달러에서 556억9000만 달러로 24.3%, 영국은 306억9000만 달러에서 447억7000만 달러로 45.9%나 급증했다.

반면 PIGS의 CDS 잔액은 같은 기간 0.5∼6.3% 감소했다. 독일 프랑스의 CDS 잔액이 증가하는 것은 PIGS의 재정위기가 악화되면 두 국가가 휘청일 만큼 PIGS에 막대한 돈을 빌려줬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의 은행이 PIGS에 갖고 있는 채권규모는 1조3709억 달러(1572조4223억원)로 GDP의 20%를 넘는다. 영국의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전망치는 유럽연합(EU) 국가 중 최고치인 12%로 재정 위기감이 매우 높다.

이에 A금융회사가 독일 채권의 부도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 B금융회사와 CDS를 거래했는데, 독일로 재정위기가 전염될 우려가 높아지자 B금융회사가 A사와의 CDS 거래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C금융회사와 다시 CDS를 거래해 결국 독일의 총 CDS 잔액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대신증권 이승재 연구원은 “CDS 가격인 프리미엄 추이는 투기세력 개입으로 실제 상황을 왜곡할 수 있지만 CDS 잔액 추이는 채무지급 지연 또는 거절, 파산, 채무재조정 등 실제 신용사건 발생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줄 수 있다”며 “PIGS의 채권국이나 주변국의 CDS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재정위기 확산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