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들어 11조원 유입 외국인 자금 이달엔 4조원 이탈… ‘셀 코리아’ 언제 멈출까
입력 2010-05-18 21:55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인가. 올 들어 11조원 넘게 국내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 투자가들이 이달 들어 연일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증시를 떠난 돈이 벌써 4조원을 넘는다. 그리스 문제로 시작한 유럽 재정위기가 표면적 이유다. 달러화나 채권 등 안전자산에 돈을 옮기기 위해 주식 등 위험자산을 파는 것이다.
문제는 어디에서 온 돈이 주로 빠져나가느냐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증시를 이탈하는 외국인 자금 가운데 유럽계 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금 가운데 30%는 유럽계 자금이라 앞으로 금융시장에 던질 파장이 만만찮다고 보는 이유다.
◇‘11조6233억원’ 그리고 ‘-4조3253억원’=외국인은 지난해부터 국내 주식을 무섭게 사들였다. 금융당국이 한꺼번에 너무 많은 돈이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있다며 걱정할 정도였다.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32조3864억원에 이른다.
순매수 기조는 올 들어서도 이어졌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순매수한 금액은 11조6233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달 들어 돌변했다. 불과 11거래일 동안 4조3253억원을 팔아치웠다. 지난 7일에는 1조2550억원을 팔면서 사상 최고 순매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외국인이 ‘셀 코리아’로 급선회한 원인에는 유럽 재정위기와 차익실현이 동시에 자리 잡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시장이 불안해 이익을 실현하려던 차에 유럽 재정위기가 ‘방아쇠’를 당겼다고 표현했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부터 굉장히 많은 외국 자금이 들어왔고 대부분 이익을 낸 상태다. 주가가 많이 올랐고 앞으로 주가 조정 가능성이 있으니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제쯤 돌아오나=금융당국은 최근 썰물처럼 나가는 외국자금 대부분을 유럽계 돈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유럽계 자금이 많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계 자금이 재정위기 때문에 위험자산을 줄이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국내투자 잔액 7528억 달러 가운데 2343억 달러(31.1%)가 EU에서 온 돈이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FTSE 선진국지수 편입(지난해 9월)을 계기로 국내 증시에 유럽계 자금이 지난해 3월 이후 9조원이 들어왔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면 국내 증시는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세가 1∼2달 정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증권 이상재 투자전략부장은 “저금리나 재정 확장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출구전략, 긴축재정 등 정책 변화가 가시화될 때까지 어느 정도 매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본격적인 ‘셀 코리아’는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외국인은 주식을 파는 동안에도 채권시장에서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