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차은영] 저금리 기조의 득과 실
입력 2010-05-18 17:43
최근 경기회복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7.8%, 전기 대비 1.8% 증가했다.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SI)와 제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기준선 100을 웃돌고 실업률도 전달에 비해 감소하였다.
지난 12일 열렸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2%로 15개월째 동결됐지만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세로 출구전략의 타이밍에 대한 논의가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출구전략이란 확대된 유동성이 자산버블이나 물가상승을 초래하지 않도록 경기 대응 차원에서 인하했던 정책금리 수준을 정상화하는 것으로 저금리 기조에서 금리 인상으로 정책이 선회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리 인상에 대한 결정이 신중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보면 첫째 민간부문의 자생력회복이 가시화되고 둘째 금융시장과 대외부문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셋째 국제적 공조 등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살아나기 시작한 경제의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게 되고 더블딥 혹은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출구전략 타이밍 논란 커져
그러나 이런 조건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정부의 저금리 기조 유지에 대한 설득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선 민간부문의 자생력 회복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전기 대비 성장률에 대한 민간부문 기여도가 70%에 육박함으로써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내수의 성장기여도 중에서 민간의 몫이 65%를 넘어섰다. 예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민간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였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회복세이다.
700조원 이상의 빚을 진 가계와 중소기업이 금리 인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 의하면 코픽스 도입으로 대출 금리의 변동 폭이 완만해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의 이자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도율이 지난해에 비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어 금리 인상에 따른 파산위험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고 국내 은행의 건전성에 미치는 효과도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과 대외부문의 불확실성은 상존하므로 본질보다는 판단의 문제로 봐야 한다. 남유럽의 재정위기라는 불확실성은 있지만 금융위기는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 미국은 회복세를 보이고 아시아 국가들도 상당한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오히려 오랜 기간의 저금리 기조는 자원배분의 왜곡과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를 부추겨 금융시장의 불균형을 낳고 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G20 국가들과의 국제적 공조를 들어 나 홀로 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도 우기기 힘들게 되었다. 지난 회의에서 국가별 상황에 맞게 대응한다는 내용이 채택되었고 이미 인도와 호주는 금리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1분기에 11%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보인 중국도 긴축정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이다.
단계적 금리 인상 고려할 때
대기업들은 쌓여있는 여유자금을 운용할 곳이 없어서 고민 중이고 금리의 가격기능이 상실되면서 610조원에 달하는 여유자금의 단기 유동성 쏠림 현상도 보인다. 통화정책은 정책대응에서 효과가 날 때까지 걸리는 외부시차가 길어 선제적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예상되는 인플레이션과 저금리로 인한 자산버블을 사전에 조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의 역할과 방만한 가계와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필요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단계적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시점이다. 환율이라는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저금리 기조의 득보다 실이 커지는 때에 무리한 고성장 숫자에 집착하거나 선거와 같은 정치일정에 휘말려 타이밍을 실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