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주의가 초래한 구제역 재앙

입력 2010-05-18 17:44

올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구제역의 원인은 농장주의 동북아시아 지역 여행과 이 지역 출신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라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지난 1월 포천 1차 발생 농장의 경우 동북아 출신 근로자가 지난해 9월 입국했고 11월에는 옷과 신발 등 국제우편물이 들어왔는데 이곳 구제역이 작년 동북아에서 집중 발생한 바이러스 A형이었다. 또 강화 지역에서 구제역이 최초로 발생한 소 사육농가의 주인은 지난 3월 동북아 지역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소독 등 방역조치 없이 농가로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전국 축산농가를 비상상황으로 몰고 간 이번 구제역도 역시 사람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한 셈이다.

구제역의 피해는 엄청나다. 소·돼지 살처분에 따른 직접 피해에다 육류수출 중단, 가축시장 폐쇄 및 이동제한조치로 인한 지역경제 위축, 방역작업 비용, 소비위축에 따른 식당 및 숙박업 피해 등을 합치면 국가적 손실은 수천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자식처럼 기르던 소와 돼지를 죽여 없애야 하는 농민들의 비통한 심정은 어떻게 돈으로 계산할 수 있겠는가. 이런 재앙이 일부 농가의 부주의에서 비롯됐다니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제역은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구제역 발생지역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 축산농가에서 일하도록 방치하고, 축산농장 주인이 구제역 발생국가를 여행하는데도 아무런 사후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농림수산식품부도 검역검사청을 신설키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하지만 구제역 바이러스의 국내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를 유입시킨 사람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흐름은 사회적 손실을 유발한 책임자들에게 손해를 배상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다. 엄청난 국가적 피해와 혼란을 야기했으면 원인 제공자가 상응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야 축산농가들이 인식을 전환하고 긴장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