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르시아의 왕자’… 80년대 말 나온 게임 바탕 아날로그식 액션 향수 자극
입력 2010-05-18 17:45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80년대 말 컴퓨터를 이용한 사람이라면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시의 기술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움직임을 자랑하던 이 게임은 달리고 뛰어넘고, 칼싸움을 하는 정도로 단순했지만 한 번 시작하면 몇 시간을 빼앗아갈 만큼 매력적이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 게임은 최근까지 새로운 버전이 계속 나오면서 인기를 누려왔다.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영화 ‘페르시아의 왕자:시간의 모래’가 더욱 반가울 법 하다. 이야기는 게임의 원 제작자인 조던 매크너의 2003년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시간의 모래’에서 가져왔다.
고아 출신인 다스탄(제이크 질렌할 분)은 시장에서 사과를 훔치던 소년을 구해주다가 왕의 눈에 띄어 왕자로 입양된다. 다스탄은 신성한 도시 알라무트를 점령하는데 앞장선다. 그리고 전리품으로 왕에게 옷을 선물하는데 옷에 독이 묻어있어 왕이 죽는다. 왕을 죽인 누명을 쓰고 도망자 신세가 된 다스탄은 알라무트의 공주 타미나(젬마 아터튼)와 함께 도망 다니다가 시간의 모래가 든 단검의 비밀을 알게 되고, 알라무트 침공에 음모가 있었음을 파악하게 된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파쿠르(맨몸으로 벽을 타고, 건물 사이를 뛰어넘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선보이며 게임의 향수를 자극한다. 맨몸으로 만들어내는 아날로그식 액션은 화려한 맛은 덜할지 몰라도 눈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모로코에 만든 알라무트 궁전 세트장이나 고대 페르시아 풍경도 만족할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고대 페르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게 신선한 맛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의 크레디트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월트 디즈니와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이미 한물간 해적 소재를 활용해 ‘캐리비안의 해적’이라는 멋진 결과물을 만든 전력이 있다. ‘페르시아의 왕자’에서도 다스탄과 타미나가 시종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통해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감초 역할을 하는 캐릭터를 군데군데 잘 배치해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이야기의 복선은 예상 가능한 정도로 평범하지만 영화를 즐기면서 보기엔 나쁘지 않다. 27일 개봉. 12세가.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