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헤지펀드 규제 칼 뽑는다… “유로화 살려라” 재무장관회의서 표결키로
입력 2010-05-18 01:09
유럽연합(EU)이 유로화를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첫 번째 타깃은 헤지펀드다.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와 재무장관들은 17, 18일 잇따라 회의를 열고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 법안을 두고 표결을 벌인다. 단기자본 거래에 일종의 토빈세(투기를 막기 위해 국제 금융거래에 부과하는 세금)를 부과하고, 역외헤지펀드의 EU 내 영업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유럽의회와 재무장관 회의에서 각각의 법안이 통과되면 다시 하나의 통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영국과 미국은 반발하고 있다. 전 세계 헤지펀드의 25%, 유럽 헤지펀드의 약 80%가 몰려 있는 영국은 런던 금융가의 침체를, 미국은 자국 내 펀드의 차별을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표결을 강행해 규제안을 밀어붙이려 한다. 유럽의회 의원인 프랑스의 장폴 고제는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규제안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형법과 같다”며 “투기 세력을 시장에서 몰아내기 위한 것일 뿐 대부분 펀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더 나아가 “(유럽이 규제를 도입해도) 시카고와 뉴욕에서 투기가 계속되면 별 소용이 없다”며 “국제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메르켈 총리는 주요 20개국(G20)회의에서 이를 안건으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영국의 새 정부가 EU의 표결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16일 보도해 규제 도입 가능성이 커 보인다.
두 번째 목표는 ‘느슨한 통화 연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유로존을 ‘경제 NATO’(유럽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로 강화시키는 것이다. 유로존 국가의 주권을 일정 부분 제약하더라도 EU의 정치적 결속력을 높여야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것도 독일과 프랑스가 앞장서고 있다. FT는 17일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21일 열리는 유로존 실무그룹 회의에서 유로존 국가의 재정 적자를 법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독일은 지난해 재정 적자를 2016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0.35% 이내로 줄이고 2020년까지는 균형을 회복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한 바 있다. 프랑스는 별도의 유로존 위원회를 설치해 조세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그리스 재정적자 위기를 부추긴 것으로 의심받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규제를 추진한다. 미셸 바르니에 EU 역내 시장·서비스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17일 기자회견에서 “헤지펀드 및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강화 연장선상에서 CDS를 규제하는 입법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규제안이 오는 10월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목표가 달성되면 유로가 살아날 수 있을까. FT는 “시장이 원하는 건 장기적인 유럽 경제 성장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EU의 실질성장률은 연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헤르만 판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기엔 경제 성장이 너무 느리다”고 인정했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