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건설사 도덕적 해이 용납못해”… 구조조정 예고편? 떨고 있는 건설업계
입력 2010-05-17 18:30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주택은 투기 목적이 아니라 주거 목적이 돼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저렴하고 편리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시작했고 앞으로도 집 없는 실수요자들에게 직접 그 혜택이 돌아가도록 꾸준히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주택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건설업계에 대한 도덕적 해이 질타는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청와대에서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부 대책 회의를 주재하면서 “건설업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엄정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한 달도 되지 않아 똑같은 발언을 꺼낸 이유는 뭘까. 익명을 요구한 주택건설 관련 단체 한 임원은 “이 대통령이 건설업계에 섭섭한 심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라며 “업계의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건설사 CEO 출신인 대통령의 질타가 나오자 건설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최근 주택시장 침체로 유동성 위기를 호소하며 ‘당근책’을 요구했던 건설업계는 당근은커녕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에 따라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이달 말부터 이뤄지는 금융권의 건설업체 신용평가 결과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최근 지방 미분양 주택 등에 따른 자금난 해소책을 요구해 왔다. 나아가 민간 분양시장 경기 진작을 위해 보금자리주택 공급 시기 조정과 수도권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까지 완화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도를 넘어선 요구”라며 “업계가 자구책을 내놓지는 못할망정 정부와 금융권에 손만 벌리는 상황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시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업계의 자구노력 없이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주는 식으로 정부나 금융권이 지원에 나서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업계 분위기는 벙어리 냉가슴에 가깝다. 정부의 확실한 ‘마음’을 읽은 이상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체념과 함께 너무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지만 선뜻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하고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지금 어떤 입장을 밝히더라도 업계에 도움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고흥만 정책상무는 그러나 “정부 입장은 물론 이해하지만 업계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면서 “지표상 상황보다 훨씬 어려운 여건에 처한 업체들이 많다는 걸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찬 남도영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