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준·한승철 검사장 소환… ‘스폰서 검사’ 규명위, 의혹 조사

입력 2010-05-17 18:25


스폰서 의혹 진상규명위원회 산하 진상조사단은 17일 관련 의혹의 핵심 인물인 박기준·한승철 검사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조사단은 서울고검 청사 영상녹화실에서 이들을 상대로 건설업자 정모(51)씨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았는지,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들은 정씨의 접대 주장을 일부 시인했다. 규명위 하창우 대변인은 “(두 검사장이 정씨의 접대 주장에 대해) 시인한 부분도 상당히 있고 부인한 부분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은 또 정씨가 올해 초 부산지검에 접대 관련 진정서를 제출한 것을 박 검사장이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고의로 누락했는지도 추궁했다. 하 대변인은 “조사단은 진정사건이 왜 덮어졌는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때에 따라 피의자로 바뀔 수 있는 부분으로,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명위는 오는 19일 회의를 열고 특검법 통과 이후 활동 계획을 논의키로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스폰서 검사’ 의혹은 검찰을 떠나 특검 수사를 받게 된다.

◇스폰서 특검 순조롭게 진행될까=여야 합의에 따라 달라질 여지는 있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특검 임명 후 20일 동안의 준비기간과 최대 65일의 수사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번 특검에 대해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반응이 벌써부터 나온다. 우선 수사대상을 정씨의 접대 리스트로 한정한다 해도 10∼20년 전에 이뤄진 접대 내역을 명확히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특검은 수사와 기소를 목표로 가동되는 만큼 엄밀히 말하면 검사징계 시효나 공소시효가 지나버린 과거의 향응 등을 규명해야 할 책임도 없다. 정씨가 향응의 대가성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결국 특검은 최근 이뤄진 향응·접대와 청탁이 연관돼 있는지와 검사장들의 보고 누락 등 직무유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역대 특검 성과 살펴보니=첫 번째 특별검사는 1999년 ‘옷로비 의혹 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때문에 도입됐다. 옷로비 사건은 외화 밀반출 혐의로 구속된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선처를 위해 로비를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특검은 검찰 수사 결과를 뒤집고 최 회장 부인이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 부인 등에게 로비를 시도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용호 게이트’ 특검팀은 신승남 당시 검찰총장 동생 승환씨를 비롯한 인사들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고, 대북 송금 특검은 5억 달러 불법 송금 의혹을 규명하고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구속했다.

그러나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 유전 게이트에서 특검은 속 시원한 규명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 특검은 이건희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 그쳤고,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BBK 특검 역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진 못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