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익원 찾아라”… 은행권, 금리인상 대비책 부심

입력 2010-05-17 21:48


기준금리가 머지않아 오를 것이라는 신호가 최근 잇따르면서 시중은행들이 영업전략과 자금구조 수정 등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중소기업대출 대부분이 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여서 대출 부실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들은 지금까지 큰 비중을 차지한 주택담보대출 시장 대신 자동차 할부 및 개인사업자 등 소호대출 시장으로 영업력을 이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 금리인상 대비책 마련 분주=17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자회사들에 출구전략 시행에 대비한 영업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마저 오르면 영업점 창구에서 주택담보대출 고객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새 수익원 발굴에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개인사업자에게 대출금리 등을 우대하는 소호대출 상품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신용등급이 BB등급 이상인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게 거래 조건별로 최장 1년간 대출금리를 0.5% 포인트 깎아주는 상품을 내놓았다.

신한·하나은행에 이어 우리은행이 자동차 관련 할부 시장에 뛰어든 것도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은행들은 연체율 관리를 더욱 강화키로 했다. 금리가 올라가는 만큼 고객의 상환 능력이 떨어져 부실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빚 부담을 이기지 못한 가구와 기업이 늘어나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동반 부실로 이어지게 된다.

조달금리가 단기간에 급등하는 것도 문제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싼값에 자금을 조달해 왔으나 앞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면 조달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은행들은 보너스 금리를 내걸고 정기적금 유치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중 우리사랑 정기적금 등에 가입하는 고객에게 금리를 0.1% 포인트 더 얹어준다. 국민은행도 오는 6월까지 가족사랑자유적금과 직장인우대적금 등에 가입한 20∼30대 고객에게 특별우대이율 0.3% 포인트를 제공한다.

◇가구 빚 부담 증가 현실화되나=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 553조2000억원 가운데 498조원이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가 변하는 변동형 대출이다. 한은이 현재 2.0%인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고 은행들이 그만큼 대출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의 이자비용은 연간 1조2500억원 더 늘어나게 된다. 시중금리가 0.5% 포인트까지 오르면 추가 이자부담은 배로 커진다.

중소기업의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중소기업대출 잔액 601조1000억원 가운데 변동금리형은 421조원이다. 대출금리가 0.25% 포인트 오르면 중소기업의 추가 이자부담은 연간 1조500억원, 0.5% 포인트 상승하면 연간 2조1000억원의 금융부담이 추가된다.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 나서=금융감독당국은 금리 인상이 가계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단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의 대출을 받는 가계에 대해 금융회사들이 만기를 최대한 연장해주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만기를 늘리면 월별 원금상환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자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또 양도성 예금증서(CD) 연동형 대출보다 금리 변동주기가 길고 안정적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대출로의 전환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은 중도상환 수수료 부담 없이 기존 CD 연동 대출을 코픽스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