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온 ‘유럽 악재’… 금융시장 타격 지속 우려

입력 2010-05-17 18:26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불안감이 재차 확산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다시 몸살을 앓았다. 재정위기 우려가 ‘그리스→유로존→영국 일본 등 선진국’으로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이 받는 충격도 세지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침체가 단기간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17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전거래일보다 50.92포인트(3.00%)나 밀렸다. 세계경제 동향에 민감한 외국인이 7600억원 이상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관도 10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저가 매수에 나선 개인이 7600억원 이상 순매수했지만 지수 방어엔 실패했다.

신한금융투자 문기훈 리서치센터장은 “유럽발 사태로 각국 정부가 더 이상 대규모 재정 지출을 동원한 경기부양 카드를 쓸 수 없게 됐다”며 “경기둔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각국의 경기회복이 보다 지체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며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한국 경제도 이 같은 불안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외국인의 주식 팔자세와 함께 유로화 가치 폭락이 미국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열흘 만에 1150원대로 재상승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환율이 기술적으로 전 고점인 1169.5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발 재정위기에 시장이 과잉반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위원은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럽연합(EU)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이전의 1.0%로 유지했지만 세계 성장률은 3.9%에서 4.2%로 상향조정했다”며 “유럽 경제 침체에도 G2(미국·중국)를 선두로 글로벌 경기회복은 지속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코스피시장에서 이달 들어 3조원 이상 팔아치운 외국인도 다시 한국 시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금리 인상을 비롯한 각국 출구전략이 늦춰질 수밖에 없는데, 글로벌 유동성은 결국 한국처럼 경제회복이 탄탄하고 선진국보다 금리가 높은 곳으로 몰리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 금융시장은 심한 변동성에 노출될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 김위대 부장은 “지금은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일부 유럽국가 문제가 불거졌지만 다른 유로존 국가의 기초체력(펀더멘털) 문제가 계속적으로 부각되며 금융시장에 계속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코스피지수가 단기적으로 160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